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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Decalcomania c. 1966)
09/09/19  

르네 마그리뜨 ( René Magritte 1898 - 1967)

(캔버스에 유채. 30 in x 40 in. 개인 소장품)

 

중절모를 쓰고 돌아서 뒷모습을 보이며 뭉게구름이 가득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신사. 그 신사의 실루엣을 따라 자주색 커튼에 구멍이 나고 그 사이로 다시 구름, 파란 하늘, 바다와 백사장이 보인다. 같은 모양, 같은 구도인데 다른 모양, 다른 그림이다. 제목은 데칼코마니, 즉 닮은 꼴이란 뜻이다.  그러나 묘하게 닮았지만 확연히 다른 꼴을 보여 제목조차 확실하게 수긍이 되지 않는다.

               

르네 마그리뜨는 벨기에 출신 초현실주의파 화가였다.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주로 다루었던 대부분의 초현실주의 화가와 달리 마그리뜨는 일상에서 친숙한 대상을 즐겨 등장시켰다. 그러나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를 동일한 화폭에 결합시키거나, 어떤 특정한 대상을 엉뚱한 환경에 배치해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화법을 구사했다. 또한 사물과 단어 간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식해 훗날 포스트모던 미술의 근원적 뿌리가 되기도 했다.           

 

나란히 서 있는 두 뒷모습은 두 다른 사람의 뒷모습일까, 아니면 한 사람의 두 가지 뒷모습일까? 인간의 무방비 상태를 암시하는 뒷모습에서 관객은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존재의 이중성, 또는 양면성? 일상과 꿈의 세계? 현실과 이상? 검은 모자를 쓰고 실루엣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신사의 모습은 관객의 사색과 상상력이 꼬리를 물고 끝없는 가능성을 변주하게 만든다.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으로 독자적인 초현실주의 세계를 구축한 마그리뜨는 현실에서는 대단히 유쾌하고 상식적인 신사였다고 한다. 아내를 몹시 사랑했고, 작은 집에 마련한 화실에서 평생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독특한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를 하고 양복과 코트를 잘 차려 입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중절모를 쓴다. 그 위에 지팡이까지 짚고 외출 준비를 완벽히 한 다음 침실에서 나와 거실을 천천히 가로질러 건넛방 화실로 출근했다고 한다. 실루엣 속으로 떠난 신사처럼 조그만 집안에서 매일 작은 여행을 했으니 자신의 그림처럼 매우 초현실적인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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