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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문 앞에서. 화가의 아내 (In the Garden Door. The Artist’s Wife c. 1897)
05/07/18  |  조회:92  

로리츠 앤더슨 (Lauritz Anderson Ring )

(캔버스에 유채 191 cm x 144 cm 덴마크 국립 미술관)

 

덴마크의 겨울은 춥고 우울했다. 두툼한 회색 담요가 온 세상을 덮고 있는 듯한 오후에 덴마크 국립 미술관에 들렸다. 간간히 비마저 뿌려서 추위가 뼛속을 파고 들었고,  기분도 가라 앉기만 했다.  카페에 먼저 들러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고 간신히 기운을 차려 미술관을 둘러 보다가 이 화사한 그림을 만났다.

 

음산한 날씨 속에 헤매다가 녹색의 정원 속에 황금빛이 비쳐 드는 듯한 이 그림을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순식간에 기분이 나아졌다. 덴마크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로리츠 앤더슨 링이 아내 시그리드를 그린 그림이다.

 

로리츠 앤더슨 링은 유럽의 상징주의 화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지만  자신의 무신론적 철학과 당시의 사회 사상에 입각해서 사실주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의 그림들을 보면 농민과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래서 그의 그림으로부터  사회주의적 프로파간다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아내를 그린 이 한 폭의 그림은 예외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링의 아내 시그리드는 링 보다 21살 연하였다.  그 아내가 임신했을 때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문턱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구성으로 인해 링의 상징주의적 역량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 되었다. 

 

인생의 온갖 드라마가 펼쳐지는 삶의 현장을 꽃나무가 무성한 정원이라고 비유한다면, 한 생명을 이 세상으로 탄생시키려는 여성이 정원을 바라보는 눈빛은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아이가 태어나 걸어 들어갈 그 정원이 안전하기를, 그리고 아름답고  풍성하기를 기원하고 있지 않을까.  그 기원하는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 똑같을 것이다.

 

화가는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초록의 정원과 대비시켜 애정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이겠지만,  그 덴마크의 오후에 만난 이 그림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사모곡 같았다. 다시 카페로 돌아가 차를 한 잔 더 마시며 지구의 반대편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그림 앞을 떠났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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