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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23. 코펜하겐 7-일레븐
10/07/19  

만쟈에서의 즐거운 식사는 예쁜 디저트 바구니와 함께 끝났다. 배가 너무 불러서 디저트 주문을 사양했는데 식사 테이블을 깨끗이 치워 준 후 조그만 나무 바구니에 동그란 귤 두 개를 담아다 주었다. 식사를 끝낸 손님들에게 모두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말랑한 귤을 까서 입에 넣으니 달콤하고 시원한 즙이 입안 가득 퍼졌다. 하얀 테이블 위에 놓인 귤 바구니가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입안을 깨끗이 씻어주는 과일 맛이 저녁 식사를 상쾌하게 마감해 주었다. 계산은 680크로나. 미화로 약 100불 정도 되는 셈인데 레스토랑 수준이나 음식의 질을 생각하면 비싸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만쟈에서 나와 어둠 속에서 호텔로 다시 돌아간다. 추위 속에 하루 온종일 돌아다니다가 배불리 먹고 나니 피곤과 졸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갑자기 무릎도 아팠고 다리도 무거웠다. 우리는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걸어갔다. 호텔이 가까운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지하철 스테이션과 버스 스톱이 바로 앞에 있는 우리 호텔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좋은 위치였다. “엄마, 우리 생수를 좀 사야 돼. 밤에 물 마셔야지.” R이 문득 말했다. 호텔에서 매일 작은 생수 두 병을 주기는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다 마셔 버려 밤에는 정말 물이 필요했다. “그래, 우리 7-일레븐에 들렸다 가자!” 우리 호텔 길 건너에는 7-일레븐까지 있었다!

 

코펜하겐 시내를 다니며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곳곳에 7-일레븐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7-일레븐은 일본에 본부를 두고 전 세계 17개국에 7만여 개에 달하는 편의점을 둔 일본-미국 프랜차이즈 기업인데 미국에서 항상 보아 와서 그런지 미국에만 있는 비지니스로 착각한 것 같다. 덴마크에는 1993년에 들어 왔고 총 183개의 가게가 있는데 대부분 코펜하겐에 몰려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코펜하겐 공항에서도 보았고, 센트럴 스테이션에 들렀을 때도 보았다. 또 시내를 걸어 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길목마다 하나씩 눈에 띈다. 낮에는 별 생각을 안 했는데 일찍 해가 지고 모두 다 문을 닫아버려 깜깜해진 코펜하겐에서 환하게 불을 밝혀 놓고 24시간 영업하고 있는 7-일레븐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갑자기 신이 나서 빨리 걷기 시작했다.

 

우리 호텔 앞에 있는 7-일레븐은 맞은 편에 있는 지하철 역을 따라 Vesterport Station 지점이다. 우리는 추운 밤날씨로부터 피신하듯 환하고 훈훈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꽤 크고 넓다. 기본적인 구조나 진열된 상품, 그리고 매장 분위기는 미국 7-일레븐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구비하고 있는 빵 종류와 더운 음식 진열장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스낵들은 훨씬 종류가 많았고, 어쩐지 불량 음식 분위기를 풍기는 미국 7-일레븐 스낵들보다 질이 좋고 맛있어 보였다. 특히, 핫도그를 잔뜩 쌓아 놓고 팔고 있었는데 핫도그의 크기와 모습이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우리는 7-일레븐에 처음 와 본 사람들처럼 한참 구경을 하다가 생수 한 병과 캔디를 좋아하는 R이 처음 보는 맛이 있다고 해서 하리보(Haribo)를 4 봉지나 샀다. 생수는 1 리터 병이 52 크로나, 미화로 8불에 가깝다! 코펜하겐의 살인적 물가가 실감나는 순간.

 

 호텔에 돌아 온 우리는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침대에 앉아 캔디를 시식했다. 평소에 캔디를 별로 안 먹는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R은 신이 나서 봉지를 열었다. “엄마, 이 해적 캡틴이 그려져 있는 까만 하리보는 정말 처음이야. 무슨 맛인지 궁금하지?” 우리는 말랑말랑한 까만 캔디(젤리가 더 정확하다)를 하나씩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악!” 하고 동시에 뱉어 버렸다. 소금 덩어리였다. 우리는 화장실로 달려가 입을 씻고 생수를 병째로 벌컥벌컥 마셨다. 도대체 덴마크에서는 왜 이렇게 다 짜지? 고혈압 환자들이 많을 것 같다는 의심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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