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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창문 (Window in the Country. 1915)
10/07/19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캔버스에 유화. 100 x 80.5 cm. 모스크바 트레챠코프 갤러리)

 

 마르크 샤갈은 러시아의 유태인 마을 비테프스크에서 태어났다. 제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었으며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말년에는 전세계를 떠돌며 방랑하는 삶을 살았다. 화가로서 명성을 얻고 부와 명예도 누렸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항상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림 외에도 벽화, 도자기,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품을 만들면서 고향의 사람들, 풍경, 동물 등을 소재로 삼았다. 몽환적인 이미지 속에 신비한 이야기가 살아 있었고 풍성한 색채 속에 꿈과 환상이 피어 올랐다.

 

고향과 유태인의 삶 외에 또 그의 작품 소재가 된 것은 '사랑'이었다. 특히 아내 벨라에 대한 사랑이 그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한다. 너무도 유명한 '생일', '산책' 같은 그림은 벨라와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묘사한 것으로 아름다운 색채가 가득한 화면에 벨라와 화가 자신이 공중에 날아가 듯 가볍게 둥실둥실 떠 있는 모습을 그려 사랑의 기쁨을 표현했다.

 

  '시골 창문'은 벨라와 화가가 결혼한 해 1915년에 그렸다. 근처의 시골 마을로 신혼여행을 갔던 시기로 추정된다. 화면 가득한 창문은 아예 그림 자체가 창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바깥에는 전나무 숲이 울창하고 하늘은 비가 올 듯 흐리다. 창문은 닫혀 있지만 하얀 커튼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모르는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창문가에 찻잔과 과일 접시가 놓여있고 화가와 아내는 나란히 얼굴을 맞대고 밖을 내다본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무엇을 바라보는 것일까. 어둡고 푸르게 표현된 두 얼굴은 밖의 풍경이 아니라 무언가 먹구름을 안고 다가오는 미래를 바라보듯 착잡하게 보인다.

 

그 후 벨라와 샤갈은 유태인 박해를 피해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로, 그리고 그 후에는 세계를 떠돌며 고향을 그리워 했다. 사랑하는 신혼부부의 자화상을 그린 한 폭의 푸른 그림이 마치 먼 미래를 예견하고 있는 듯 신비하면서도 애달프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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