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
홈으로 그림여행
가족 초상화 (Family Portrait c. 1912)
11/04/19  

쉬잔 발라동 (Suzanne Valadon 1865 – 1938)

(캔버스에 유채 98 cm x 73.5 cm 파리 도르세 미술관)

 

프랑스 화가 쉬잔 발라동의 생애는 파란만장했다. 가난한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빈곤에 시달리며 살다가 서커스 곡예사로 일하기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화가들의 모델이 되었다. 풍만한 몸매에 푸른 눈의 슬픈 얼굴을 가진 발라동은 인기 모델이 되어 퓌비 샤반느, 툴루즈 드 로트렉, 에드가 드가, 오귀스트 르노와르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을 만나게 된다.

 

발라동은 그들과 일하며 연애에 휘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발라동을 지나가는 연애 사건의 대상으로만 취급했을 뿐 소중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았다. 발라동이 18세에 아들을 낳았을 때 아무도 자신의 아들이라고 인정하지 않아 친하게 지내던 스페인 화가 위트릴로가 대신 친자로 인정하고 서류에 서명해 주었다고 할 정도다. 그 아들이 ‘몽마르트의 화가’로 유명한 모리스 위트릴로였다. 위트릴로는 외할머니에게 자신을 맡겨 놓고 돌보지 않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으나, 그 어머니에게 그림을 배워 화가가 되었다.

 

발라동은 모델 일을 하며 어깨 너머로 본 경험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잠재력을 알아 본 로트렉이 발라동을 드가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드가의 격려와 도움으로 발라동은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녀의 그림은 우직하고 거칠었지만 남성의 시각에서 묘사되던 여성의 모습을 여성 고유의 시각으로 보고 해석해 낸 작품으로 당당히 인정 받았다.

 

1912년에 발라동은 이미 실력 있는 화가로 명성을 얻은 후였다. 이 가족 초상화 속에는 발라동 자신과 약혼자이자 아들의 친구인 앙드레 우터, 발라동의 어머니, 그리고 발라동의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가 그려져 있다. 희망에 찬 눈길로 오른쪽을 주시하는 젊은 약혼자, 무언가 불안한 표정으로 역시 오른쪽을 보는 늙은 어머니, 그러나 체념의 눈빛으로 턱을 괴고 앉은 우울한 아들 위트릴로,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정면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발라동.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 초상화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특이한 가족 초상화였다.

 

우리는 가족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가족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다. 가족이란 무엇이며 누구인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이 색다른 초상화 속에서 발라동은 강인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마치 ‘아무 상관없어요. 내가 이룬 이 소중한 가족을 나는 이끌어 나갈 수 있어요. 자신 있어요’ 라고 말하는 듯 하다.

 

김 동백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