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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29. 코펜하겐의 광화문
11/18/19  

시의회 본당 회의실에 이어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한다는 넓은 연회홀도 구경했다. 직사각형의 소박한 홀이었다. 역시 샹들리에가 걸려 있고 홀 중간쯤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배치되어 있었지만 중간이 넓게 비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댄스 파티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코펜하겐 시청 직원 여러분은 어떻게 파티를 하시나요?”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술을 마십니다. 술을 아—주 많이 마십니다.” 크리스토퍼 할아버지가 망설이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파티가 벌어지면 모두 술에 만취해서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는 사람마저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의 시청 견학은 이제 끝나가고 있었다. 연회홀에서 나와 이층 복도 회랑을 지나서 이제 아래 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이층 복도를 지나는데 익숙한 모습의 조각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검은 대리석에 새겨 조각한 광화문이었다! ‘아니, 광화문이 어떻게 여기에 있지?’ 놀란 내 얼굴을 보더니 크리스토퍼 할아버지가 “이건 한국 서울시에서 보내 온 기념 조각입니다. 서울에 가 보신 적 있으세요?” 하고 물었다. “가 본 적이 있냐고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내가 대답하자 크리스토퍼 할아버지와 러시아 커플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쳐다 보았다. “아, 그렇군요! 서울시와 코펜하겐시는 2014년 8월에 문화교류 사업으로 각 도시를 상징하는 기념 조각을 교환하기로 했거든요. 이 조각이 서울시가 코펜하겐시에 기증한 작품입니다!” 크리스토퍼 할아버지는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광화문은 검은 돌 속에 조용히 서 있었다. 조각의 제목은 ‘기억, 그 곳에 가면’이었다. 코펜하겐시는 광화문 기념 조각을 심플한 나무 받침대에 올려 놓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이층 복도에 잘 전시해 놓았다. 코펜하겐에서 광화문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R의 말대로 정말 이 세상은 인간들의 조그만 동네로 변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광화문 조각 옆에는 턱 수염을 멋있게 기른 신사의 두상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누구냐고 물어보니 토르발 스타우닝이라고 최초의 사회 민주당 출신 덴마크 수상이라고 한다. 크리스토퍼 할아버지는 그에 덧붙여 코펜하겐의 시장은 대대로 사회 민주당 출신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현재 시장은 프랑크 옌센. 1961년생인데 역시 사회 민주당 소속으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시장 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 와 시청 견학을 시작한 실내 광장으로 다시 돌아 왔다. 아까보다 사람들이 많아져 광장 전시관은 북적거렸고, 아직도 결혼식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 오고 있었다. 크리스토퍼 할아버지는 시작할 때처럼 두 손을 비비면서 얼굴 가득히 웃음지었다. “오늘 시청 견학을 통해서 덴마크와 코펜하겐에 대해 여러분의 이해가 조금이라도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한 시간 동안 여러분을 안내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러시아 커플과 우리는 박수를 쳤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어디서 이런 친절한 산 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크리스토퍼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면서 시청 안내 사무실로 돌아갔다.

 

  시청 견학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는데 겨우 11시. 그런데 아침을 굶어서 무척 배가 고팠다. R과 나는 시청을 나와 우선 뭔가 먹기로 했다. 12시에 또 시청 탑에 올라가는 견학을 해야 하니까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길 건너에 ‘에스프레소 하우스’라는 커피 샵이 보였다. 우리는 반가워서 서둘러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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