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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폴 대성당 3
05/14/18  |  조회:69  

오리지널 제단 옆에서 직원이 입장권 검사를 하고 있었다. 그곳이 바로 돔의 중간층인 ‘속삭이는 갤러리 (Whispering Gallery)’로 올라가는 층계입구이다. 입구에는 유명한 디지털 사진 작가 빌 비올라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고여 있는 맑은 물에 작가 자신이 물에 잠겨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 움직이는 사진이었다. 전통적인 대성당 안에 첨단의 디지털 작품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세인트 폴 대성당 안에는 곳곳에 이런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어둡고 작은 입구로 들어가자 ‘속삭이는 갤러리’로 올라가는 259개 계단이 시작되었다. 숨을 몰아 쉬면서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가면 중간 중간에 창이 뚫려 있어서 대성당의 옆 모습과 지붕들을 볼 수 있다. 계단이 끝나고 길고 좁은 회랑을 지나니 ‘속삭이는 갤러리’가 나왔다. 이 부분은 돔의 중간지점으로 돔의 원주를 따라 빙 둘러가며 발코니를 만들어 놓았다. 대성당의 바닥으로부터 31 미터 높이에 있고 직경은 34미터나 된다. 이곳이 유명한 까닭은 갤러리 발코니의 이쪽에서 말을 하면 반대쪽 발코니에서 그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돔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학적인 메카니즘으로 인해 일어난 현상인데 속삭이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해도 잘 들린다고 해서 ‘속삭이는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실험을 해 보기 위해 내가 34미터 떨어진 반대쪽으로 가기로 했는데 미처 갈 것도 없이 무슨 소리가 들려서 귀를 기울여 보니 실제로 멀리 보이는 반대쪽에서 어떤 아저씨가 아들에게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공명이 벽을 타고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돔 꼭대기에 또 흑백 천장화가 보였다. 그 꼭대기에 올라가면 런던 시내를 360도로 조망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는 공사 중이라 일반인이 올라갈 수 없다고 해서 아쉬웠다. 다시 빙글빙글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 마지막 순서인 지하 납골당으로 내려갔다. 이 곳에는 영국을 빛낸 위인들이 대거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 중에 단연 돋보였던 것은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 넬슨 제독의 묘였다.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 제독이 전사했을 때 그의 장례식이 국장으로 치러졌는데 세인트 폴 대성당에 수만 명의 국민이 모여 그를 애도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리석 관을 어떻게 이 지하 납골당으로 옮겼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현재 묘 자리 위의 성당 바닥에 구멍을 뚫어 그 곳으로 하관했다고 한다. 대리석 관뚜껑은 헨리 8세가 쓰려고 만들었다가 못쓰고 보관했던 것을 얹었다고 하니 장군의 장례식을 국왕의 그것 못지 않게 치러 준 것이다. 다시 한 번 영국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을 얼마나 귀히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그 외에 수많은 귀족과 왕족들이 모셔져 있는데 그 중에 ‘아라비아의 로렌스’ 로 불리는 T.E. 로렌스의 묘지가 있어서 관심있게 보았다. 묘지 부분을 지나면 런던 대화재 당시 전소 되어버린 세인트 폴 대성당을 어떻게 복구했는지 보여주는 방이 있었다. 놀라운 기록이었다.

 

마지막으로 지하실 선물 가게를 둘러 보고 대성당 옆으로 나있는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화창한 햇볕 아래 대성당 정원이 펼쳐졌다. 옆으로 걸어 그늘진 성당 뒤 편으로 걸어 나오는데 웬 동양인들이 결혼식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떠들썩한 소리를 들어보니 중국인들이었다.  빼빼 마르고 성형수술을 너무 많이 해서 잘 웃지도 못하는 신부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엉거주춤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너무나 장엄하고 감동적인 대성당 순례를 하고 나오는 길에 웨딩화보인지 상업 화보인지 대성당 뒤 편 구석진 곳에서 그러고 있는 중국인들을 보니 어쩐지 마음도 안 좋고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햇빛 속에 당당하게 서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다시 한 번 올려다 보고 저 멀리 템즈 강 위에 걸린 밀레니엄 다리를 향해 앞으로 걸어 나아갔다.

세인트 폴 대성당 (Whispering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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