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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The Dog c. 1957)
11/18/19  

20세기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는 동물을 좋아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은 수없이 많다. 소, 말, 개, 고양이, 새, 등 동물은 그의 작품의 중요한 일부이다. 그 중에서 피카소는 개를 제일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개를 너무 좋아해서 항상 두서너 마리를 집에서 키웠는데 그 외에도 마음에 꼭 드는 개가 나타나면 '빌리거나' 혹은 '훔치거나' 수단을 가리지 않고 손에 넣었다고 한다.

 

1957년 피카소가 프랑스 칸에 살고 있을 때 데이빗 더글라스 던컨이라는 미국 사진작가가 그의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했다. 던컨도 개를 좋아해서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 두 마리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 피카소를 방문하면서도 작은 개가 큰 개한테 시달림을 당할까 봐 데리고 왔다. 작은 개의 이름은 'Lump,' 독일어로 '악동'이란 뜻이었다.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아 일명 '소시지 독'이라고 불리는 닥스훈트 종이었다.

 

피카소는 이 개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서 품에 안고 놓아 주지 않았다. 식사시간이 되자 접시에 개의 초상을 그려서 서명까지 해 주고 사람들과 함께 테이블 위에서 그 접시에 밥을 먹였다. 결국 던컨은 개를 피카소에게 주고 떠난다. 개는 피카소와 함께 육 년을 살았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금지구역인 피카소의 화실에도 마음대로 출입하며 피카소의 작품에도 수십 번 등장한다. 피카소와 개의 관계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관계였으며 '넘치는 사랑을 표현할 길 없어 내면의 세계에서 외롭게 사는' 두 존재의 만남이었다고 던컨은 설명했다. 개는 육 년 후 척추에 문제가 생겨 요양을 위해 피카소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훗날 피카소가 죽기 열흘 전에 앞서 죽었다고 한다.

 

백지에 잉크로 단번에 그려낸 이 드로잉은 피카소가 그토록 사랑했던 개 ‘악동’의 초상이다. 잉크를 찍어 손을 떼지 않고 한 번에 그려 굵은 선 하나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추호의 망설임도 없다. 마치 동양의 선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확실하게, 그리고 있는 그대로 마음을 그려낸 듯하다. 복잡하게 얽혀 갈등을 빚어내는 인간관계에 지친 화가에게 무조건적인 충성과 애정을 바친 작은 개.  화가의 애틋한 사랑의 표현이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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