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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탁소 소녀 (La Petite Blanchisseuse c. 1896)
05/14/18  |  조회:51  

(Pierre Bonnard 1867 – 1947)

(중국 화지에 리토그래프 49.5 cm x 37.8 cm 암스테르담 반 고호 미술관)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 국립 미술관을 먼저 둘러 보고 또 다른 미술관 몇 개를 돌아 본 다음에야  반 고호 미술관을 보러 갔다. 가장 아끼는 것을 맨 나중에 소중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할까. 반 고호의 그림 200점과 400 여 점의 드로잉, 그리고 700점의 반 고호 자필 편지가 전시되어 있는 그 곳이 마치 반 고호의 성지같이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 고호의 불행한 생애를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이 작용해서인지 미술관 전체가 어둑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반 고호  컬렉션답게 밝고 시원하게 배치된 전시실에 반 고호의 그림들이 끝없이 펼쳐졌고 전 세계로부터  몰려든 반 고호 애호가들이 엄숙하게 관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뜻밖에 발견한 것이 바로 이 판화이다. 반 고호 미술관에는 고호의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도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이 리토그래프는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이다. 밝고 영롱한 색채의 그림으로 유명한 피에르 보나르는 당시 일본에서 건너 온 전통 우키요에 판화의 영향을 받아 5가지 색채로 이루어진 이 리토그래프를 제작했다.

 

작품의 소재는 당시 파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세탁하는 소녀의 모습이다. 작은 소녀가 세탁물을 바구니에 담아 어디론가 배달을 하러 가는 중인데 우산을 들고 열심히 걸어가는 뒷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스럽고, 반대 편에서 걸어 오는 강아지 한 마리가 소녀의 외로운 마음을 극적으로 대변하는 것만 같다.

 

이 한 장의 판화를 보는 순간,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소공녀’가 머리에 떠 오르며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거우면서도 아련했던 기억이 난다. 단순하면서도 정감이 가득한 이 한 장의 이미지는 효율적인 색채의 배치와 간결한 판화 특유의 분위기에 힘입어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판화의 제작자 피에르 보나르는 이 리토그래프를 딱 120장만 제작했고, 그의 사후에 그 컬렉션 전체를 구입한 미술상 앙리 프티에는 한 장도 팔지 않고 죽을 때까지 소장 했다고 한다. 1980년에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비로소 이 판화는 미술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엄청나게 비싸겠지만 구할 수 있다면 한 장 구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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