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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느 에뷔테르느 (Jeanne Hebuterne c. 1919)
12/02/19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

(캔버스에 유채 55 cm x 38 cm 개인 소장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섬세한 어감의 로맨틱한 이름이다. 화가의 이름처럼 그의 초상화들도 부드럽고 아름답다. 옆으로 약간 휘어지며 길게 뻗은 목, 완벽한 타원형의 얼굴, 정면을 향하고 있으나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르는 공허한 눈동자. 나른하고 우수에 젖은 얼굴들이 캔버스 안에서 이쪽을 바라본다.

 

가난한 미술학도였던 모딜리아니는 원래 조각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까닭에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조각을 계속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조각을 위한 재료를 구입할 수도 없었다. 그는 그림을 시작한다. 일체의 잡다한 요소를 배제하고 극도로 단순화된 배경 속에 인물만이 뚜렷하게 부각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유럽의 불안한 시대상이나 사회상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오직 그의 짧은 생애 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전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나 현대미술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모딜리아니는 인물화를 조형화 했다.  거의 기하학적인 느낌을 주는 인물의 형태에서 유일하게 눈동자만이 그 사람의 내면을 가늠하게 한다. 그의 초상화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눈동자가 텅 빈 얼굴이다. 특정인이 아니라 그림의 대상, 소재일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쟌느는 모딜리아니의 모델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그녀는 검은 눈동자의 커다란 눈이 빛나는 19세의 소녀이다. 새카만 머리카락이 물결치며 둥글고 탐스러운 얼굴을 감싸고 있다. 건강미가 넘쳐 흐르는 소녀는 모딜리아니의 초상화 속에서 사슴처럼 긴 목에 기다란 타원형의 코스모스같은 얼굴로 그려져 있다. 눈동자가 그려져 있지 않은 다른 초상화와 달리 쟌느의 초상화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분명히 보여준다.

 

쟌느는 그의 연인이었다. 가난한 예술가였던 모딜리아니를 혐오한 부모의 반대 때문에 결혼도 못한 채 모딜리아니의 아이를 낳았다. 모딜리아니가 결핵을 앓다가 35세로 죽었을 때 그 다음날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

 

연인의 초상화에 뚜렷이 눈동자를 그려 넣은 모딜리아니는 쟌느에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너를 알고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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