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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37. 티볼리 가든 2
01/13/20  

  티볼리 가든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사람들은 더 많아졌고 크리스마스 설경은 더 화려해졌다. 여름에 오면 연못 주위에 나무들이 우거져 아름답다고 들었지만 인공 눈으로 하얗게 덮어 놓고 오색찬란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한껏 멋을 낸 겨울 티볼리 가든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런데 엄청난 인파에 밀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티볼리 가든 입장객의 80-90 퍼센트는 우리를 포함해서 모두 관광객들인 것 같았다. 원래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지만 크리스마스 티볼리 가든이 워낙 유명하니까 코펜하겐 겨울 관광객들이 여기에 다 모여든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도 롤러코스터가 운행을 하고 있어서 가끔 ‘우르르’하는 소리와 ‘꺄아악’하는 소리들이 들려 왔다. 우리는 그 소리를 배경으로 환하게 불을 밝힌 타지마할, 중국 파빌리언 등을 구경했다. 어디로 가든지 하얀 겨울 동화의 나라가 펼쳐졌다. 크리스마스 전후에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등 대규모 행사가 인상 깊었고 시설 자체에 대한 크리스마스 장식은 별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티볼리 가든은 시설물 장식에 전력을 다했는지 어느 곳을 둘러 보아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주 세련된 북구 스타일 디즈니랜드 같은 느낌이다.

 

밀려가며 가는 길에 색색의 영롱한 하트 모양으로 장식한 큰 나무가 나왔다. 동화책에 나오는 나무 같아 얼른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사진에 나온 모습은 실물의 영롱함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나무를 지나 넓은 광장같은 곳으로 나왔다. 광장 주위로 철책을 둘러 놓고 그 안에는 또 갖가지 설경이 펼쳐졌다. 그런데 철책 한쪽에 맹렬하게 타오르는 철난로가 보였다. 그냥 큼직한 철통에 조개탄같은 석탄을 넣어 불을 피워 놓았다. 불빛과 열기에 그 근처는 더 환하고 따뜻했다. 워낙 추우니까 사람들에게 손이라도 쬘 열기를 제공하는 것 같았는데, 만에 하나 철통이 엎어지면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미국 디즈니랜드에서는 안전 문제로 꿈도 못 꿀 장치였다. 그러나 이곳 티볼리 가든에서는 하나도 위험하게 보이지 않았고, 그마저도 동화 장면의 하나처럼 정답게 느껴지니 참 이상한 현상이었다. 그래도 나는 ‘이 근처에는 아이들이 절대 오면 안 되는데……’ 라고 생각하며 철난로를 지나갔다.

 

이 즈음에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걷는 것이 힘들어졌다. 인파를 헤치면서 다니려니 더 고생이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볼 것이나 탈 것에 줄을 서 시도해 보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저 밀리고 밀리면서 그 안에서 빙빙 도는 것처럼 어지러워졌다. 내가 힘든 표정을 지었는지 R이 말했다. “엄마, 이제 그만 나가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엄마 무릎도 많이 아프지?” 키가 큰 R이 내 팔을 잡고 부축해주니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맥이 풀렸다. 나는 든든한 딸에게 몸을 기대고 간신히 걸어갔다.

 

티볼리 가든에서 나와 호텔로 걸어가는 길은 마치 천리길 같았다. 택시나 우버를 타기엔 민망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걸어가는데 춥고 습기 찬 밤 날씨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아마 습기 때문에 무릎이 더 아픈 것 같았다.

 

호텔에는 거의 기다시피 해서 도착한 것 같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무조건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들어갔다. 무릎은 꽁꽁 얼어 있었다. 어찌나 지쳤는지 욕조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 자다가 깨어 나와 보니 R도 침대에 쓰러져 쿨쿨 자고 있었다. 나도 따뜻한 침대 속으로 들어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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