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신의 런던여행기 밀레니엄 브리지를 건너 버로우 마켓 쪽으로
05/29/18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직선으로 쭉 걸어가면 밀레니엄 브리지가 나온다. 밀레니엄 브리지는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삼십여 개 다리 중에 하나로 1998년에 착공해서 2000년에 완성 되었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해에 개통해서 ‘천 년 다리’, 즉 밀레니엄 브리지라고 부른다. 현수교 스타일 철제 다리로 길이 325m이고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갑판의 넓이는 4m이다.  북쪽으로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다리가 시작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도록 디자인 되었고, 다리 남쪽 끝으로는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보인다.

 

금속으로 희게 빛나는 다리 위로 발 걸음을 들여 놓자 R이 ‘야호’하고 환성을 질렀다. 2000년에 밀레니엄 브리지를 개통한 첫날, 사람들이 다리 위로 올라 섰을 때 다리가 심하게 휘청거려 극심한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한다. 공법상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제기되자 다리 디자이너가 ‘다리에는 전혀 문제없다. 런던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이상해서 다리가 휘청거린다’ 라고 딱 잡아 뗐다가 엄청나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고 한다. 다리는 일단 폐쇄되었다가 2년 동안의 보수를 거쳐 2002년에 다시 개통되었다.

 

R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다리 위를 천천히 걸으면서 오래 둘러 보고 싶어졌다. 3분의 1쯤 건넜을 때 뒤돌아보니 정말 세인트 폴 대성당이 다리 끝에 정확하게 위치해 있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로는 유람선이 떠나가고 다리 밑으로는 템즈강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런던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템즈강의 물이 탁한 황톳물이고 거의 폭포수가 흐르는 것처럼 거세게 흐른다는 것이다. 만약 그 물에 빠지면 속절없이 떠내려가 곧 죽을 것 같았다. 실제로 템즈강에 사람이 빠질 경우 8분 이내로 구해내지 못하면 익사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런던 브리지 같은 경우에는 자살 예방 및 구조팀이 항시 대기하고 있는데 다 자원 봉사자들이라고 들었다. 보통 강이라고 하면 잔잔하고 유유히 흐르는 평화로운 정경을 떠 올리는데 비해 런던에 흐르는 템즈강은 씩씩하게 돌격하는 남성적인 분위기를 가졌다. 밀레니엄 브리지 가운데 서서 R과 나는 손을 잡고 템즈강 위에 펼쳐져 있는 초연한 런던 전경을 한참 바라 보았다.

 

다리를 다 건너니 강변 도로가 시작되었다. 레스토랑과 카페가 줄 지어 있었고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다들 맥주나 와인 잔을 손에 들고 대화에 열중해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온 도시를 걸어 다니는 런던 사람들은 그렇게 곳곳에 모여 서로 자주 만날 시간이 충분히 많아 보였다. 일하고 남은 시간의 대부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내야하는 로스엔젤레스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참 고독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 도로를 지나 내리막길을 20분 정도 (내가 무릎이 아파 천천히 걸어서 더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 걸어 가면 재래 시장 버로우 마켓이 나온다. 중세식 벽돌 건물 안에 야채, 고기, 어패류, 치즈, 꽃, 티와 커피, 빵 등, 없는 것이 없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음식 노점상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과 비슷한 풍경인데 훨씬 스케일이 크고 품목이 다양하고 보기도 좋다.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R말로는 오늘 하나도 안 바쁘다고 한다.  이곳에 온 이유는 영국 재래식 시장을 구경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국 전통음식 피쉬 앤 칩(Fish and Chips)을 먹기 위해서다. 드디어 런던에서 오리지널 피쉬 앤 칩을 먹게 되었다!

밀레니엄 브리지 사진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