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
홈으로 그림여행
가시 목걸이와 벌새가 있는 자화상
05/29/18  |  조회:126  

(Self-Portrait with Thorn Necklace and Hummingbird  c. 1940)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

(캔버스에 유채  61.25 cm x 47 cm 오스틴 텍사스 주립대학 해리 랜섬 센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괴테 하우스와 괴테 뮤지엄을 둘러 보고 나왔을 때 광장에는 안개가 내려 있었다. 인류 최고 지성 중의 한 사람 괴테의 흔적을 따라 시간여행을 하고 나온 듯해서, 광장에 서 있는 그 순간이 잠시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멍하니 서 있는데 저 멀리 건물에 걸려 있는 커다란 배너가 보였다. 유명한 미술 전시관 션 쿤스탈(Schirn Kunsthalle)에서 열리고 있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전. 이게 웬 행운인가 싶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전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나다니. 션 쿤스탈까지는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다.  그렇게 부지런히 걸어가 그 곳에서 이 그림을 만났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는 어렸을 때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평생을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다. 수십 회에 걸친 수술을 견뎠고, 온몸에 철제 코르셋을 두르고 살아야 했으며 통증을 이기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다가 약물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육체적 고통에 못지 않게 그녀를 괴롭혔던 것은 멕시코 국민 화가로 추앙 받던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의 애증 관계였다. 유명한 바람둥이였던 리베라가 끊임 없는 외도로 그녀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리베라와의 관계를 숙명으로 믿었던 프리다 칼로에게 그의 배신은 그녀의 속살에 박혀 있는 가시와도 같았다.

 

이 자화상 속의 그녀는 무성한 녹색 잎새 가운데 공허한 눈빛으로 정면을 보고 있다. 그녀의 목에는 가시로 만든 목걸이가 걸려 있고 그 목걸이 한가운데는 검은 벌새가 축 늘어져 매달려 있다. 이 섬찟한 가시 목걸이의 끝을 그녀의 오른쪽 뒤에 있는 원숭이가 만지작거리면서 잡아 당겨 가시가 박힌 그녀의 목에서는 피가 흐른다. 왼쪽 뒤에는 푸른 눈의 고양이가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전통 멕시코 스타일로 틀어 올린 그녀의 검은 머리 위에는 투명한 나비 두 마리가 앉아 있는데, 왜 날지 못하고 머리 위에 앉아 있을까?

 

극심한 고통 속에 그림은 프리다 칼로의 해방구였고 망가진 육체를 초월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은 깊은 상징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어깨 위에 원숭이와 고양이를 앉혀 놓은 이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할 때, 멕시코에서 원숭이는 사랑을 상징한다는 설명을 듣고 이 자화상의 모든 것이 다 이해 되었다. 사랑이 주는 고통으로 피 흘리고 있는 그녀와 그녀의 가시 목걸이에 매달려 있는 죽은 벌새. 벌새는 자유를 상징한다고 하니 그녀에겐 자유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그날 근엄한 독일인들 가운데 끼어 이 그림을 보면서 참 슬펐고,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참 행복했다. 괴테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설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를 만난 것이 한없이 행복했고, 출구 없는 삶 속에서 그림을 통해 구원을 얻으려 몸부림쳤던 그녀의 생애가 한없이 슬펐다. 프랑크푸르트하면 괴테보다 프리다 칼로가 떠 오르는 이유이다.

 

김동백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