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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소녀 (Girl on a Cliff c. 1926)
02/10/20  

해롤드 하비 (Harold C. Harvey 1874 -1941)

(캔버스에 유채 Penlee House Gallery & Museum)

  

해롤드 하비는 잘 알려진 화가가 아니다. 영국 콘월 지방 펜잔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영국으로 돌아온 후 뉴린(Newlyn)에 정착해 그곳에서 화가로 활동하다가 일생을 마쳤다는 간단한 기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의 배우자는 거트루드 보디나(Gertrude Bodinnar)였다. 하비의 그림 모델을 하다가 그와 결혼했고, 나중에는 자신의 미술 재능을 발견해 그녀도 화가가 되었다. 하비 부부는 뉴린에 정착한 많은 화가들과 어울렸다.

 

영국 남서쪽 끝에 위치한 콘월 지방은 바다 경치가 수려하고 날씨가 온화해 20세기에 들어 관광사업이 발달한 곳이다. 그 전에는 주민들이 주로 광업과 어업에 종사했던 외진 시골에 불과했다. 20세기 초에 산업혁명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던 런던에서 많은 화가들이 자연을 찾아 공해에 찌들지 않은 시골로 향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콘월 지방의 뉴린이다. 뉴린에 모여든 화가들은  프랑스 ‘바비종 학파’와 비교되는 ‘뉴린 학파’를 결성하고 콘월 지방의 풍경과 풍습을 보여주는 많은 그림을 남겼다.

 

바닷가 절벽 바위에 걸터앉은 소녀를 그린 이 그림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미술 애호가들에 의해 수집되고 전시되었던 그림이다. 현재는 뉴린학파 화가들의 그림을 대거 소장한 콘월 펜잔스 지방의 펜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절벽에 비스듬히 몸을 틀고 걸터앉은 소녀의 포즈와 정면을 뚫어져라 보고있는 그녀의 눈빛, 인물의 비중만큼 그림의 배경을 대폭 차지한 바닷가 풍경까지, 크지 않은 화폭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 특이한 초상화를 보았을 때 기이하게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이 연상되었다.

 

모나리자 역시 인물 뒤로 가없이 펼쳐진 자연의 풍경이 초상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다 빈치의 철학에 따라 그려진 것이라 들었다. 하비의 초상화도 그저 소녀를 그린 것이 아니라 콘월 지방의 바닷가 풍경을 그려 서로가 서로에게 녹아 든 자연과 인간을 그렸다고 본다.

 

서양 미술의 철학과 전통을 고향의 자연 속에 진지하게 구현한 그의 그림이 고향 토스카나의 자연을 그려 넣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에 못지 않다고 느끼며 조용히 살다 간 지방 화가의 이 작은 초상화를 따뜻한 마음으로 들여다 본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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