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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노르웨이 여행기_1. 베르겐 (Bergen)으로 출발
03/09/20  

12월 18일 오전 10시. 베르겐행 노르웨이 에어 비행기는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활주로에서 고속으로 택시를 하다가 사뿐히 날아 오르는 듯했는데 아기자기한 덴마크 풍경이 잠시 보이다가 갑자기 회색 구름 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비행기는 구름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그렇게 부드럽고 매끄럽게 날아오른 비행기는 처음이었다.

 

구름 위는 파란 하늘에 해가 쨍쨍했다. 하늘은 구름과 대기권 푸른 층으로 나뉘어져 보인다.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 덴마크는 담요처럼 두꺼운 회색 구름을 덮어 쓰고 있는 것이다. 구름은 끝이 없었고 눈에 보이는 곳까지 하얗게 온세상의 지붕을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구름 위로 로켓인지, 발사체인지 모를 물체 하나가 새파란 창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저 멀리는 광속처럼 엄청난 속도로 비행기 하나가 일직선을 그리며 날고 있다. 창가 좌석에 앉은 나는 그 눈부신 광경을 바라 보면서 베르겐으로 향하고 있었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 2의 도시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북서쪽에 길게 위치한 노르웨이 남서쪽 끄트머리에 있다. 크기는 465 제곱 킬로미터이고, 인구는 이십팔만여 명. 반도의 끝에 있어 주위에 섬이 많고 도시 자체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대서양, 북해, 노르웨이 해를 마주하고 있는 지리학적 위치로 인해 역사적으로 무역이 발달했다. 서기 1020년경까지 무역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도시 자체는 1070년 올라프 키리 왕에 의해 세워졌다. 그 후 13세기까지 노르웨이 수도 역할을 했고, 13세기 말 무렵부터는 한자 동맹의 본산지가 되었다. 따라서 베르겐은 1830년경 수도 오슬로에게 노르웨이 제 1 도시라는 타이틀을 넘겨줄 때까지 국가의 모든 무역을 장악한 노르웨이 최대 도시였다.
하지만 내가 베르겐으로 가는 이유는 그곳이 노르웨이 제 2의 도시, 역사적 무역 도시라서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는 이유는 베르겐이 일년 내내 비가 내리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베르겐은 위도 60도에 위치하고 있다. 수도 오슬로와 같은 위도인데 겨울이면 최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오슬로와 달리 대체로 영상에 머무르는 온화한 날씨를 가졌다. 그대신 거의 일년 내내 비가 내린다고 들었다. 언제나 비가 오는 도시 베르겐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이십대였다. 청춘의 낭만적인 감성으로‘비 오는 도시 베르겐’을 인상깊게 기억했고, 그 기억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항상 내 곁에 머물렀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버린 이제 나는 그때의 기억과 소망을 간직하고 베르겐으로 향한다.

 

베르겐은 또한‘노르웨이 요약 (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관광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인구 5백 만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노르웨이는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반도의 산맥에서부터 바다로 나가는 협만, 피오르드로 둘러싸여 있다.‘노르웨이 요약’은 버스, 기차, 페리 보트 등을 갈아 타면서 노르웨이의 산, 계곡, 피오르드를 한꺼번에 둘러 보는 관광이다. 이렇게 둘러 보면 노르웨이의 자연 환경에 대해 대략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해서‘노르웨이 요약’이라 불린다. 베르겐은 그‘노르웨이 요약’의 출발지이다. 베르겐에서 출발해 한 바퀴 돌고 베르겐으로 돌아 온다. 나는 그‘노르웨이 요약’을 해 볼 예정이다.

 

생각에 잠겨 푸른 창공 아래 구름 세상을 바라보는 동안 비행기는 구름을 다시 뚫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가 아래 보이기 시작한다. 꿈과 같이 아득하다. 진정한 의미의 겨울 왕국.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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