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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노르웨이 여행기_3. 톤 호텔 로젠크란츠
03/23/20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는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베르겐 시내로 향했다. 나는 금발머리 아가씨 운전기사 바로 뒤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노르웨이의 산천과 집들을 내다 보았다. 겨울이라 그런지 한적하고 추워 보인다. 버스는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달려갔다.

 

벌판에 눈이 하얗게 내린 도로를 지나간다. 노르웨이 집들은 빨강과 노랑으로 색칠하고 목재로 반듯하게 지은 것이 사진에서 보던 모습과 정말 똑같았다. 그리고 눈이 쌓여 하얀 세상에 앙상한 겨울 나무들이 까만 선을 그리며 눈 내린 풍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는 베르겐의 풍경이 의의로 플랑드르 화가 얀 브뤼겔의 그림과 무척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아 풍경이 비슷한 것일까? 하지만 어딘가 환상적이고 악마적이기까지 한 얀 브뤼겔의 그림과 달리 베르겐의 풍경은 현실적이고 건실해 보였다.

 

짧은 터널을 한 번 지난 버스는 어느새 시내로 들어 와 있었다. 복잡하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아담한 도시이다. 잠깐 가더니 어느새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버스 스톱 마지막이 호텔로 가는 정류장이었다. 알고 보니 유명한 관광지 브뤼겐 한복판이었다. 버스는 오른쪽에 항구가 펼쳐진 큰길에 멈춰서 나를 내려 주었다. 운전기사 아가씨가 짐을 꺼내 주면서 호텔은 저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 가라고 가르쳐준다. 언덕 위에 예약하면서 사진에서 본 호텔이 서 있었다. 톤 호텔 로젠크란츠 (Thon Hotel Rosenkrantz).

 

언덕으로 올라가는 자갈길은 울퉁불퉁 거칠어서 가방을 끌고 올라가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롤러가 달린 가방이지만 호텔에 도착할 때쯤이면 다 망가질 것 같았고, 무엇보다 무거웠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오지 않은 것이 약간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노르웨이 공항버스를 타 보았고, 택시비도 절약했다. 나는 씩씩하게 가방을 끌고 올라갔다.

 

생각보다 작은 호텔이었다. 언덕 위에서 항구를 내려다보는 빨간 벽돌 건물이다.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부티끄 호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숨이 차게 가방을 끌면서 들어온 나를 카운터에 서 있는 예쁜 아가씨 직원이 노르웨이 액센트가 섞인 영어로 친절하게 맞아준다. 예약 기록을 살펴 보더니 305호실이라고 하면서 카드 키를 내 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려 보라색 카펫이 깔린 복도를 지났다. 305호실은 복도 끝 구석이었다. 카드 키를 넣고 문을 열었다. 어찌된 일인가?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방이 나타났다. 푸른 실크 벽지에 황금색 커튼이 쳐진 넒은 방에는 커다란 더블 베드와 소파, 커피 테이블, 안락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한 쪽 벽이 온통 창문인데 황금색 커튼과 그 안에 흰 망사 커튼을 제치니 창 너머로 브뤼겐 항구와 바다가 환히 내려다 보였다. 언덕 위에 있는 호텔 3층 코너, 바다가 보이는 크고 넓은 객실. 아무래도 내가 예약한 방이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프론트에 내려가 다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방은 더울 정도로 따뜻했다. 덴마크에서도 느꼈지만 북유럽 사람들은 혹독한 자연을 극복하고 정말 완벽히 안락한 삶을 구현한 것 같았다. 따뜻한 방에 들어와 앉으니 피곤이 밀려와 눈도 못 뜰 지경이 되었다. 오늘 코펜하겐에서 새벽부터 서두르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그러나 공항에서부터 불통인 핸드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간 R이 내가 베르겐에 무사히 도착했는지 연락 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핸드폰이 불통인 사실을 알 수가 없으니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덴마크에서 구매한 르베라 카드 유심 칩이 여기선 안 터지는 것이 분명했다. 빨리 나가서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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