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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Bouquet de Fleurs c. 1886)
06/04/18  |  조회:110  

빈센트 고호 (Vincent van Gogh 1853 – 1890)

(캔버스에 유채 65 cm x 35 cm 액상 프로방스 그라네 미술관)

 

빈센트 반 고호는 꽃 그림을 정말 많이 그렸다. 그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해바라기, 보라색 아이리스, 아몬드 꽃, 장미 꽃, 사과나무 꽃, 배 꽃, 카네이션, 양귀비 꽃,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까지 수없이 많다. 그가 그린 꽃들은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구성, 거칠면서도 섬세한 질감까지 고호 특유의 개성을 숨김없이 나타낸다.

 

고호가 그린 꽃 그림은 거의 다 보지 않았나 생각할 즈음 액상 프로방스에 있는 작은 그라네 미술관에서 글라디올러스를 그린 이 그림을 만났다. 그라네 미술관은 작고 아담한 미술관으로 남 프랑스 휴양지 액상 프로방스의 동네 한가운데 주택처럼 자리잡고 있다. 인상파 화가들이 자리잡고 수많은 명작을 남긴 그 곳에서 한가로이 오후를 보내던 초여름의 어느 날,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연히 들어갔던 미술관이었다.

 

그라네 미술관에는 액상 프로방스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화가 세잔의 작품들이 아주 많았고, 피카소의 작품도 꽤 볼 수 있었는데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고호의 글라디올러스 꽃다발이었다. 그림을 그린 연도를 보면 1886년으로 고호가 아직 네델란드에서 습작을 하던 시절이다. 그래서인지 훨씬 나중에 그렸던 꽃 그림들에 비해 다소 거칠고 투박하다. 하지만 어두운 배경에 불타 오르듯 피어난 글라디올러스 꽃다발은 손으로 만져질 것처럼 생생하고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 해서 고호의 꽃이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가끔 여름에 글라디올러스를 사다가 꽂아 놓으면 하루 이틀 안에 꽃망울이 활짝 피어나 온 방안을 환하게 밝히다, 또 금새 하루 이틀 새에 꽃잎이 떨어진다. 시들기 시작하는 글라디올러스는 초라하고 지저분하기까지 해서 울적한 마음이 되어 얼른 갖다 버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활짝 피어 타오르는 화려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 또 사러 가게 된다.

 

반 고호의 이 그림 속에도 이미 시들어 꺾이고 있는 꽃 송이가 그려져 있다. 마지막이 다가 오는데도 오로지 위를 향해 피어 오르는 글라디올러스의 모습이 너무나 짧은 절정기를 불태우고 사라져간 그의 일생을 예견한 것이 아닌가 싶어 한참  들여다 보았다. 꽃을 그린 그 정물화가 마치 그의 초상화인 것처럼. 고호 불굴의 정신이 꽃 속에 피어나고 있는 것처럼.

 

규모는 작지만, 소중한 명화로 가득 찬  그라네 미술관에서 반 고호의 글라디올러스 그림을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거리로 나왔을 때, 쏟아지던 비는 어느샌가 그치고 맑고 파란 하늘에 남 프랑스의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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