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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노르웨이 여행기_11. 조식, 노르웨이 스타일
05/18/20  

새벽 5시에 깼다. 어젯밤에 저녁 식사 후 호텔로 돌아 와서 너무 피곤해 겨우 샤워를 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던 것이 생각났다. 머나먼 나라에 혼자 와서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는 것보다는 백 배 나은 상황이지만, 깜깜한 새벽에 넓은 호텔방 커다란 침대에서 문득 눈을 뜨고 보니 나도 모르게 어리둥절한 기분이 되었다.

 

베르겐의 새벽 5시는 한밤중처럼 어둡고 적막했다. 해가 뜨려는 기척은 전혀 없고 그저 이대로 어둠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일년 내내 화창한 햇빛 속에 사는 캘리포니아 사람의 반응일 것이다. 해는 9시나 되어야 뜰 것이고, 오후에는 3시면 도로 깜깜해진다.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6시간쯤. 나는 그 6시간 동안 무엇을 둘러볼 수 있을까?

 

우선 오늘은 베르겐 관광공사에 가서 온라인으로 예매한 ‘노르웨이 요약’ 티켓을 받아 와야 한다. ‘노르웨이 요약’은 내일 12월 19일 오전 8시에 베르겐 기차역으로 가서 보스행 기차를 타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오늘은 티켓을 받아 놓고 베르겐 시내를 둘러 볼 예정인데 6시간 남짓 되는 시간에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해가 짧고 날씨가 추워서 걸어 다니는 것 자체도 힘들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동안 배가 고파졌다. 호텔 조식이 7시에 시작한다. 우선 내려가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조식이 준비되어 있는 호텔 레스토랑은 텅텅 비어 있었다. 노르웨이어와 영어 신문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입구에 들어서자 키가 크고 통통한 여직원이 나와서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황금빛 섞인 연두색으로 칠한 벽에 파스텔톤 줄무늬 가구가 배치되어 있는 넓은 레스토랑이다. 조명은 밝으면서 아늑하고 실내 온도는 더울 정도로 훈훈했다. 뷔페 형식으로 준비된 조식은 아주 훌륭했다. 4성급 조그만 부띠크 호텔인데5성급 호텔 조식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특히 연어, 청어, 고등어 등 훈제 생선들이 가득 나와 있어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접시에 음식을 담아 테이블에 갖다 놓고 음료수를 가지러 갔다. 과일 주스와 생수 등 각종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얼음에 채워진 작은 주스 잔에 들어 있는 노란 음료와 바로 그 옆에 세워져 있는 초록색 병 두 개이다. 약간 걸쭉한 노란 음료에는 녹색 내용물이 섞여 있었고, 크고 작은 두 초록색 병에는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그 앞에 각자 설명이 붙어 있는데 노르웨이어라 읽을 수가 없었다.

 

내가 물고기 병을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아까 그 통통한 여직원이 다가 와서 뭐가 필요한지 물었다. 노란 음료와 이 초록색 병이 뭐냐고 물어 보자 여직원이 상냥하게 설명해준다. 노란 음료는 비타민 C를 공급해 주는 ‘에너지 드링크’인데 망고와 시금치를 갈아서 망고주스와 섞은 것이라고 한다. 초록색 병은 간유. 겨울 노르웨이에서는 해 뜨는 시간이 너무 짧아 비타민 D을 섭취하는 것이 필수이므로 노르웨이 사람들은 반드시 아침에 간유를 한 테이블 스푼씩 복용한다고 한다. 그럼 나도 한 스푼 먹겠다고 하자 그 앞에 준비된 조그만 유리잔에 따라 마시면 되는데 간유가 익숙지 않으면 작은 병에 있는 아동용 간유를 마시라고 했다. 나는 그녀 말대로 귀여운 아동용 간유를 유리잔에 한 테이블 스푼 양만큼 따라서 홀짝 마셨다. 끈적한 물고기 오일이지만 상큼한 레몬 향이었다. 비린내가 없으니 아이들 마시기에 부담이 없겠구나 싶었다. 간유가 준비되어 있는 호텔 조식. 노르웨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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