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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그림 (May Picture c. 1925)
05/18/20  

폴 끌레 (Paul Klee 1879 - 1940)

(판지에 유화 42.2 cm x 49.5 cm 베르그륀 끌레 컬렉션)

 

 독일 화가 폴 끌레는 현대 추상회화를 시작한 화가들 중 한 명이다. 천진한 동심으로 그린 듯한 맑은 추상화를 많이 그렸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그림에 음악성이 느껴진다는 평도  받고 있다.

 

1914년에 끌레는 친구와 함께 북아프리카 튀니지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그는 시각적 충격을 받았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과 화려한 색채가 어우러진 튀니지의 풍경에 깊이 매료되었다. 수채화 시리즈를 그려 튀니지의 인상을 간직한 그는 독일로 돌아 온 후 한 단계 심화된 추상화의 세계를 개척하게 된다.

 

 '5월 그림'도 튀니지 여행에서 탄생한 그림이다. 풍경을 네모진 색채의 조합으로 표현했다. 갖가지로 어우러진 색깔들은 머나 먼 이국의 풍경을 암시하며 모자이크로 통일된 하나의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한국의 전통 보자기가 떠올랐다. 여러 가지 자투리 천으로 색깔을 곱게 맞춰 한 땀 한 땀 정교한 바느질로 이어 맞춘 한국 보자기는 그 디자인과 색감에서 폴 끌레의 그림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도리어 그 다양함과 은근함, 실용성과 미학적 수준에서 폴 끌레의 그림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예술품이라고 할까.

 

20세기 현대 추상회화의 시조로 평가받는 폴 끌레가 철학적 사유와 어려운 이론을 담아 이런 그림을 그릴 동안,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저 반짇고리에 남아있는 자투리 천을 모아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생활이 예술로 승화된 대표적 예이다.

 

한국의 전통 보자기를 닮은 폴 끌레의 튀니지 시리즈 그림은 정겹고 친숙하게 다가온다. 끌레는 독일 현대미술의 산실 바우하우스에서 이런 그림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색깔 이론 등을 가르쳤다고 한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그런 이론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보자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끌레는 말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저러한 형태가 아니라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보자기를 만들던 한국의 어머니들은 끌레 못지 않은 타고난 예술가들이었던 같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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