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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룰랭의 초상 (Portrait of Monsieur Roulen c. 1888)
06/15/20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캔버스에 유채. 54 cm x 65 cm 오테를로 크뢸러 뮐러 미술관)

  

무슈 룰랭은 빈센트 반 고흐의 하숙집 주인이었다. 가난에 시달리며 고생하던 고흐는 햇빛이 내리쬐는 프랑스 아를르 지방에 정착하면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의 많은 걸작들이 그곳에서 태어났다. 특히, 하숙집 주인 가족 룰랭 집안을 그린 인물화들이 유명하다.

 

무슈 룰랭은 우체부였다. 우편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아니고 우체국에서 우편을 분류하는 직원이었다고 한다. 객지에 와 생활하는 고흐에게 고향의 소식을 전해주는 소식통이었을 것이다. 그는 호탕한 성격의 사람으로 술을 좋아했다. 이 초상화를 그린 시점이 그가 48세쯤이었다고 하는데 불그죽죽한 피부와 굽실거리는 수염으로 인해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  실제로 이 그림의 모델을 서면서도 계속 술과 먹을 것을 찾아 그리기 쉬운 모델은 아니었다는 말이 있다.

 

이 초상화를 보면 고흐가 얼마나 무슈 룰랭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파란 제복을 입은 모습을 그림으로써 그의 직업에 대한 경의를 표했고, 부드럽게 물결치는 수염과 회색 눈동자 속에 사람 좋은 그의 품성을 나타내고 있다. 배경에 흐드러진 꽃들은 또 어떤가. 설령 그것이 무슈 룰랭이 앉아 있던 배경의 벽지였다 해도 마음속에 우정과 애정의 꽃이 만발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그리지 못 했으리라.

 

무슈 룰랭은 외로운 고흐에게 말벗이 되어 주고 아버지처럼 따뜻한 애정을 주었으며 그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격려해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고흐는 룰랭가가 전근을 가게 되어 헤어질 때까지 전 가족의 인물화를 그려 선물했다.

 

이 따뜻한 초상화를 보고 있자니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가 멀어진 요즘 상황이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마주하며 이야기하고 함께 웃으며 삶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다시 한 번 가까이 모여 앉을 수 있는 시간은 아직도 요원할 것일까, 아니면 그 시간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된 것일까? 녹색의 초상화가 한없는 향수를 자아낸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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