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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트렉트 부르케르크 교회의 내부 (Interior of the Buurkerk, Utrecht c. 1645)
06/29/20  

피터 얀쯔 산르담 (Pieter Jansz Saenredam 1597-1665)

(판넬에 유화. 58.1 x 50.8 cm 킴벨 미술관)

 

네덜란드 화가 피터 얀쯔 산르담의 작품 세계는 독특하다. 평생 교회를 주로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교회 내부를 정교하게 그린 그림으로 유명하다.

 

산르담이 활동한 시기는 미술사에서 '네덜란드 황금기'로 불린 시대였다. 천주교가 쇠퇴하고 칼뱅파로 대표되는 청교도 개혁교회가 무섭게 성장하던 때였다. 네덜란드 전역, 특히 유트렉트와 할렘 지역에 번성했던 중세 천주교 고딕 성당들은 청교도들에게 건물들을 내주었다. 청교도들은 성당 내부의 화려한 장식들을 걷어버리고 내부를 하얗게 칠해 버렸다. 검소하고 청렴한 청교도 신념에 따라 복잡한 고딕 성당의 내부를 간결하고 깨끗하게 바꿔버린 것이다.

 

산르담은 이 전환기의 교회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핀 홀'이라 불리는 원시적인 카메라 박스를 들고 교회 내부 현장에 나가 엄격한 원근법에 근거해  밑그림을 만들었다. 연필이나 숯으로 섬세하게 그린 드로잉들은 교회 내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교회에 가득한 가구들이나 사람들의 모습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산르담은 이 드로잉들을 화실에 가지고 와 단조롭고 간결한 색채를 입혀 그림을 완성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그의 그림들은 정밀한 현장 드로잉과 화실에서의 상상력이 결합한 작품들이다. 당시의 교회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청교도주의에 지배 받았던 동시대인들의 정신 세계까지 투명하게 반영한다.

 

야콥 반 캄펜이 그린 산르담의 초상화를 보면 왜소한 체격에 곱사등이인 남자가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작은 체구를 이끌고 높은 고딕 성당에 들어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산르담을 상상해 본다. 이 세상에서는 볼품없고 망가진 몸이었지만 영원을 추구하며 하늘까지 치솟았던 교회의 모습을 통해 완벽한 영혼의 세계를 꿈꾸었던 것일까? 완벽한 비례, 균형, 대칭의 법칙으로 창조한 산르담의 그림들은 종교 개혁을 외친 시대적 정신의 발현 이전에 새로이 태어나고 싶었던 예술가의 건축적 자화상으로 느껴진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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