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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리버 카페 (The River Café) 1
06/12/18  |  조회:49  

우리는 약 30여 분 튜브를 타고 가서 풀햄(Fullham)/해머스미스(Hammersmith)역에서 내렸다. 그곳에서부터 리버 카페까지 또 20여 분 주택가를 지나 걸어가야 한다. 아주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영국 가정집들이 줄 지어 서 있는데, 모두 창문마다 하얀 레이스 커튼이 쳐져 있고 집집마다 하나같이 화단을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우리는 영국 가정집 화단에서 풍겨 나오는 재스민과 장미꽃 향을 맡으며 강 쪽으로 걸어갔다.

 

리버 카페는 템즈강을 따라 위치해 있는데 밖에서 언뜻 보면 공장건물 같았다. 네모난 붉은 벽돌 건물에 간판도 없고 사람도 안 보여 우리는 ‘잘못 찾아 왔나’하고 당황했다. 자세히 보니 ‘The River Café’라는 구불구불한 네온 사인이 벽돌 벽에 얌전히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건물 모퉁이를 돌아가니 입구가 나온다. 이미 어둠이 내려서인지 안으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환한 빛이 그저 반가웠다. 밖에서 볼 때는 텅 빈 공장건물 같았는데 레스토랑 안은 이미 멋지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딴 세상이었다.

 

유명인사들과 전 세계로부터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테이블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들었기에 미국에서부터 예약을 하고 온 우리는 금방 테이블에 앉았다. 분위기는 로스엔젤레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럽식 레스토랑 같았다. 테이블을 지나칠 정도로 빽빽하게 붙여 놓은 인테리어가 그다지 인상깊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런던에 가면 꼭 들러 먹어 봐야 하는 레스토랑 제 1번이라고 하니까 기대를 접지 않기로 했다. 모든 야채와 과일을 유기농법으로 자체 재배하고, 메뉴 스타일은 이탈리아식인데 단순하지만 깨끗하고 싱싱하며 맛있다는 평을 들었다. 유명 셰프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가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진한 이탈리아 액센트를 가진 웨이터가 왔다. 그런데 좀 멍해 보이는 얼굴. 메뉴를 보고 생각을 좀 해야 하는데 계속 안절부절하며 왔다 갔다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왜 그러나 짐작해보니 낯선 동양 모녀가 나타나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거의 백인 고객 일색의 레스토랑 안에서 R과 내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게다가 평범한 중산층 가족들이 와서 식사하던 선데이 로스트 학스무어(Hawksmoor)와는 판이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고객들이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세련되었지만 그만큼 또 뭔가 가식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인가?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과 거의 팔꿈치가 닿을 정도로 비좁게 앉아 우리는 무얼 먹을까 고심했다.

 

  우선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고 나머지 음식도 주문했다. 인테리어에서부터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 예감이 슬슬 맞기 시작했다. 애피타이저로 시킨 스코틀랜드 랭거스틴(Scottish Langoustine)과 잉글리시 아스파라거스(English Asparagus)가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비해 실망이었다. 랭거스틴 가재살은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만지면 맥없이 뭉개졌고, 아스파라거스는 너무 질겼다. 계속 나온 파스타와 도버 가자미(Dover Sole)요리도 기대에 못 미쳤다. 파스타에 넣은 푸른 야채를 자기네 정원에서 뜯어 왔다고 하는데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었고, 올리브 오일을 너무 넣어서 기름 범벅이었다. R은 ‘엄마, 이거 잔디 풀 뜯어 넣은 것 같아!’하고 투덜거렸다. 가자미는 생선이 싱싱해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레몬을 너무 짜 넣어서 쓴 맛이 올라왔다. 우리가 촌스러워서 음식 맛을 모르는 게 아니라 정말 전부 다 맛이 없었다! ‘사람들이 영국 음식 맛 없다고 하더니 그게 참말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불쑥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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