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The Mountain c. 1936 – 37)
06/11/18  

발튀스 (Balthus. Balthazar Klossowski de Rola  1908 – 2001)

(캔버스에 유채  248.9 cm x 365.8 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랑스 화가 발튀스의 본명은 발타사르 백작 클로소프스키 드 롤라이다. 파리 태생으로 폴란드계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귀족가문 화가였다. 그의 어머니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연인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인 발튀스가 12세에 사랑하는 고양이를 그린 40점의 스케치 북을 출판했을 때 릴케가 서문을 써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의 개인사만큼 그의 그림도 대단히 흥미롭다. 독학으로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피에로 델 라 프란세스카의 그림을 모사하고 연구했으며 프랑스 나비파 화가 피에르 보나르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풍경화, 역사화, 초상화 등을 아우르는 그의 그림은 대개 초현실주의로 분류된다. 그의 그림 대부분이 백일몽처럼 몽환적이고 환각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만난 이 그림은 만만치 않은 사이즈의 그림이다. 거의 가로 4미터, 세로 2.5 미터에 이르며 시야를 압도한다. 발튀스는 이 그림을 스위스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상상력으로 그렸다고 하는데, 여름의 권태로운 오후에 도심으로부터 탈출하여 비튼버그의 니더호른 산을 오르는 일곱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산을 오르는 일곱 사람의 일행은 제각기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그 각각의 모습이 산을 오르며 일반적으로 보이게 되는 행동이다. 무릎을 꿇고 잠시 쉬다가, 기지개를 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잠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어느 시점에서는 멍청히 서 있다가, 펼쳐진 광경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혼자서 묵묵히 정상을 오르기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이 일곱 사람이 한 폭의 그림에 담겨져 있지만  사실은 단체 일행이 아니라 각자 혼자서 산을 오르는 개개인의 모습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들 각 개인은 일행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비로소 이 거대한 그림은 자연 속에서 조차 고독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실존에 대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정글이라고 불리는 뉴욕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이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 서로로부터 소외된 외로운 인간들이 방향 없이 그저 오르고 있는 이 그림 속의 거대한 산과 전 세계로부터 모여든 수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떠 밀리며 정처없이  흐르는 그 거대한 도시가 서로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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