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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노르웨이 여행기_28. 바이킹 마을 구드방겐 (Gudvangen)
09/14/20  

우리의 목적지 구드방겐(Gudvangen)에는 11시경에 도착했다. 보스를 떠난 버스가 시골 하이웨이를 달리다가 점점 산골로 들어가는 듯싶더니 터널 하나를 지나자마자 시야가 뻥 뚫리면서 눈앞에 협곡, 피요르(Fjord)가 나타났다. 너무나 극적인 풍경의 전환이라 버스에 탄 사람들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나도 놀란 눈으로 갑자기 앞에 나타난 거대한 절벽의 계곡을 바라 보았다. 하르당에르피요르(Hardangerfjord)와 함께 노르웨이 피요르 양대 산맥을 이루는 송네피요르(Sognefjord)의 한줄기 네료피요르(Naeroyfjord)가 시작되는 지점, 바이킹 마을 구드방겐에 도착했다.

 

구드방겐(Gudvangen)은 옛 노르웨이어로 ‘신들이 사는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 눈앞에 나타난 그 곳은 정말 인간이 사는 땅이 아니라 하늘의 신들이 내려와 물가에 머물고 구름 속을 날아 다닐 것만 같은 범상치 않은 지형이었다. 삼면이 높은 산과 계곡에 둘러 싸이고, 산에서 흘러 내려 온 네료달셀비 강이 네료피요르로 흘러 들어가는 그 지점에 분지가 형성되어 만들어진 마을이다. 궁극적으로는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지형 요인으로 인해 옛적 바이킹 시대에 무역과 통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신들이 사는 곳’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페리 선착장 앞 넓은 주차장에 와 섰다. 승객들은 모두들 어쩐지 엄숙한 표정이 되어 말없이 버스에서 내렸다. 땅을 밟는 순간 차갑게 젖은 공기가 폐 속으로 밀고 들어와 정신이 버쩍 났다. 밖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어서 더욱 추웠다. 양쪽으로 치솟은 협곡 위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고, 그 위로 보이는 하늘은 구름과 안개에 싸여 잘 보이지도 않는데 높이와 넓이, 그리고 깊이가 한데 어울려 대자연의 위엄과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차고 청명한 공기 속에 바라 보는 그 풍경은 속세가 아닌 듯했다.

 

우리를 내려 준 버스 기사가 버스를 되돌려 곧 떠나 버리자 주차장에 남겨진 승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구경하러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텅 빈 주차장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고요하다. 그 속에서 주차장 옆으로 세차게 흘러가는 강물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네료달셀비 강이 네료피요르로 흘러 들어가는 그 강가로 가 보았다.

 

강가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 이미 다른 관광객들이 다리 위에 올라가 강물을 내려다 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짙푸른 초록색 강물 위에는 조각조각 깨진 얇은 얼음판들이 수면을 가득 덮은 채 흘러 오고 있었다. 중간쯤 걸어가 다리 위에 서 보았다. 치솟은 계곡들은 거인들이 웅크리고 있는 듯하고, 그 사이에 하늘은 열려 있어 구름과 안개가 쉴 새없이 몰려 오는데 강물은 계곡 사이로 표표히 흘러 오고 있었다. 그 풍경 속에 나는 아주 작은 생물체가 되어 이 낯선 자연을 바라 보았다. 거대함 속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이 풍경은 노르웨이에 국한된 풍경이 아니라, 점점 더 확대되어 북극이 가까운 북구 전체의 겨울 풍경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어떻게 인간이 찾아와 자리를 잡고 살았을까? 이 거친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던 것일까?

 

다리 위에 서서 강물이 흘러 오는 것을 바라 보는 동안 중국인 관광객 아가씨 한 명이 가까이 다가 왔다. 셀피를 열심히 찍고 있다. 나는 원래 셀피에 서툴러서 그냥 이 장대한 배경을 두고 자연스런 사진을 하나 찍고 싶었다. 아가씨에게 부탁해 보았다. 그런데 하얗게 얼굴을 칠하고 새빨갛게 입술을 바른 예쁜 중국인 아가씨는 오만상을 찡그리며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억지로 한 장 찍어주고 만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아이, 재수없어’ 하듯 무언가 중국어로 군시렁거린다. 나는 너무 겸연쩍어 부탁한 것을 후회했다. 중국인들에게 사진찍기 부탁하는 것은 실례인가?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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