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면 더 큰 희망이 피어납니다”
02/03/21  

캄보디아 의료 사역 앞둔 <남태준 종합치과>의 남태준 원장

 

약 3년 전 추수감사절 무렵 미얀마 수도의 관문 양곤공항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랑이는 <남태준 종합치과>의 남태준 원장과 의료스테프들이 미얀마의 빈민촌에서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반입하려던 의료장비의 통관을 놓고 미얀마 세관 측이 문제를 삼으면서 발생했다. 세관 당국은 반입하려는 의료장비들이 정말로 미얀마 현지인들에게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고 긴 협의 끝에 마침내 장비의 반입을 허락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의료 혜택의 사각지대에 내몰려야만 했던 사람들을 위한 의료봉사의 의지가 자칫 무산될 뻔한 위기였다.

 

몸서리쳐지도록 가난했던 유년시절

남 원장이 의료봉사에 이렇게 헌신적인 것은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한국의 농촌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위로는 6명의 형과 누나가 있었다.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으며 7남매를 부양해야 했던 남 원장의 당시 집안 형편은 상상만으로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설상가상 그가 6살이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온 가족은 더 심한 가난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그의 어머니는 7남매를 이끌고 서울로 올라갔다.

 

“삼양동 판자촌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했어요. 동네 전체가 하나의 화장실을 사용해야 할 만큼 가난한 동네였어요.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공사판에서 음식을 팔았어요. 그래도 지긋지긋한 가난은 떨어질 줄 몰랐어요.”

가난을 피해 11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몸서리쳐지는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로 살고 싶다는 마음에 이를 앙다물고 공부해 의사가 됐다. 돈의 궁핍에서 벗어난 그는 가난한 시절 그토록 동경했던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 돈에 구애됨이 없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며 생활했다. 그러던 중 제트스키를 타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음의 위기까지 내몰렸다. 응급수술을 받고 구사일생 목숨을 건졌다. 남 원장은 이로 인해 ‘갱생’(Born Again)했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다. 1994년에 있었던 일이다.

 

남 원장은 이후 의료 선교와 복음 전파에 남은 생을 헌신하기로 결심하고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목사가 됐고,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선교와 의료봉사 단체 ‘그리스도의 마음 선교회(Christ Heart Ministry, CHM)’를 설립해 지난 27년 동안 미얀마를 비롯해 킬링필드의 아픔을 간직한 땅 캄보디아, 경제불황과 마약 범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멕시코, 중국, 태국,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키르키즈스탄 등에서 지속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해 왔다. 또 북한의 나진·선봉 지구도 수차례 방문해 병원을 설립하고 의약품을 지원하는 등 의료 혜택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의료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아픈 자식을 둔 부모의 고통

그가 의료 봉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아픈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의 마음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실감하기 어려워요. 억장이 무너진다는 표현도 모자라요. 아픈 자식이나,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나 모두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남 원장에게도 억장이 무너져 내리게 하는 자식이 있다. 그의 딸은 11살 때부터 허리가 휘는 병을 앓았다. 그런데 평소 30도 정도 휘어 있던 허리가 어느 해 갑자기 70여도 휘어 응급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목숨을 잃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수술동의서에 서명하고 온 밤을 눈물로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습니다. 할 수 있다면 대신 수술 받고 싶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현재 21살인 남 원장의 딸의 허리는 지금도 쇠로 묶여 있다. 엎드리기도 힘이 들지만 현재 대학에 다니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제 딸은 다행히 의료 수준이 뛰어난 미국에서 생활하고, 또 수술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모를 두어 온전히 의료 혜택을 입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지구상에는 자식이 아파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병원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둔다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죄를 짓는 일이에요.”

 

가난·소외된 사람 위한 의료 사역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어진(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현지를 방문하지 못함) 남 원장의 구순구개열 무료 수술 봉사에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과 인제대학교 백병원의 성형외과과장을 비롯해 수간호사, 레지던트, 한의사 등이 동참했다. 그런데 남 원장의 수술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얼굴이 보인 적도 있었다. 그는 의료진도, 수술을 기다리는 아이와 그들의 부모도 아닌, 바로 세관 당국자였다. 그는 남 원장 일행이 반입했던 의료장비들이 실제로 현지인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 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세관 당국자는 남 원장 일행이 의료봉사 현장을 직접 목격한 후 감동을 받고, 차후에는 사전에 통보해 주면 의료장비의 원활한 통관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남 원장은 “구순구개열은 얼굴에 생기는 선천성 기형으로 600~1,000명당 1인 꼴일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며,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잘 나타납니다. 입술, 잇몸, 입천장이 좌우로 갈라져서 입을 다물고 있어도 치아가 드러나고 이 때문에 입, 특히 치아에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구순구개열이 있는 사람들은 얼굴 기형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기도 꺼려하고, 자신감이 없으며 자신의 외모를 부끄러워합니다. 그래서 소망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수술만이 이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희망입니다.” 라며 앞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의료 봉사의 손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은 미얀마 의료 봉사에서 현지 의사 5명과 캄보디아 현지 의사 5명에게 치과 수술 기술을 지도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현지 의료진들의 수준 향상이 곧 의료 수준 향상으로 이어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캄보디아 의료 봉사 준비

남 원장은 올해 ‘그리스도 마음 선교회’를 대신해 ‘Dr. Eagle’s Enterprise’라는 이름의 의료 선교 단체를 설립하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다시 캄보디아로 의료 선교에 나설 생각이다. 오는 9월로 예정된(코로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임) 올해 의료 선교에서는 구순구개열 수술 외에도 소아심장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수술, 신장 질환자들을 위한 혈액 투석, 산부인과 진료, 캄보디아 내전 때 설치해 두었던 지뢰에 발목이나 손목이 절단된 사람들에게 의수와 의족을 맞추어 주는 사역 등 이전보다 다양한 의료 봉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런 의료 사역을 위해 이미 캄보디아의 빈민촌에 수술병동 4개, 일반내과 4개, 산부인과 4개, 치과 6개 병동을 비롯해 안과, 한방과 진료 공간을 갖춘 병원이 건립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는 약 250만불어치의 의료 장비도 이미 캄보디아 현지로 보내 놓았으며, 여기에 의료장비와 약품 등 봉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추가로 마련해 캄보디아로의 운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오는 5월 말 의료 봉사 대원 6명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현지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의료 봉사에 조그만 틈도 없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9월 의료 봉사에는 의료진 50여명이 동참한다. 이 가운데는 의료 봉사 후에도 캄보디아에 머물며 건립된 병원에서 현지 의료진들과 함께 장기 봉사에 들아갈 의료진도 포함돼 있다.

 

많은 사람 동참 및 후원 절실

남 원장이 가난한 나라에서 펼치고 있는 의료 사역이 더 큰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의료진은 물론 일반인들의 후원이 절실하다.

지금까지 의료 봉사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는 봉사자들 자신이 마련해 온전히 부담했다. 그래서 더 많은 의료 혜택을 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구순구개열 수술의 경우만 해도 많은 돈을 들여 현지 대형 병원의 수술실을 임대해야 했고, 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린이와 그의 부모를 병원까지 데리고 와 수술하고, 수술 후 부모와 자녀가 2박3일 동안 함께 지내는 경비, 수술 3일 후 문제가 없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경비도 모두 의료진들이 부담했다.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베푸는 의료 봉사에서 그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 많은 사랑의 실천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동참이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의료 혜택을 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가 꼭 필요합니다. 가난하다는 이유 때문에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해 고통으로 신음하고 심지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술이든 인술이든 아픈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것이 되고 맙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고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없습니다. 한 사람의 기도가 희망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삶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후원이 세상에서 사장 가치가 있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목숨을 건지고 삶을 회복한 사람 못지 않게 후원자 자신의 삶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펼치고 있는 의료봉사의 동역자가 되어주십시오.”

남 원장의 목소리에는 가난하기 때문에 희망마저 버려야만 했던 사람들을 섬겨 그들의 삶에 다시 희망을 선물하려는 낮지만 큰 울림이 담겨 있었다.

 

▶ 후원 문의: (714) 719-3111 (남태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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