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설치 둘러싸고 한인단체들 ‘갈등’
06/25/18  

LA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임시 거주 시설) 설치 문제로 한인 사회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실시됐던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구성을 위한 구역 획정안’에서 보여주었던 한인 사회의 결집력이 손상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한인 사회가 갈등 양상을 보이게 된 것은 지난달 2일 가세티 LA시장과 허븐 웨슨 LA시의의회 의장이 한인타운 중심가인 버몬트와 7가 주변 시영 주차장에 임시 노숙인 쉼터를 설치하는 안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가세티 시장은 홈리스 문제를 자신의 재임 기간에 시정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한인 소유 자영업소가 밀집해 있어 한인들의 왕래가 빈번한 지역이다. 문제는 LA 시정부가 주민공청회 없이 일방적으로 LA 한인타운 내에 노숙자 셸터를 설치하겠다고 나선데 있었다. 한인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지난달 6일 코리아타운 윌셔-버몬트 Metro 지하철역 광장에서는 한인단체들과 주민들이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LA시가 노숙자 셸터를 설치하려는 지역은 학교와 상가가 밀집해 있어 노숙자들이 몰려들 경우 생활환경과 자녀 교육 저해, 상가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LA시장과 허브 웨슨 시 의회의장을 비난하는 현수막과 피킷을들고 항의했다. 한인들의 시위는 이후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역풍도 불었다.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노숙자 인권 단체 ‘쉬더즈(She Does)’는 한인타운에서 지난달 14일 "한인타운은 노숙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었나’라는 등의 팻말을 들고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일부 한인타운 거주자도 이에 호응해 ‘모든 한인타운을 위한 노숙자 쉼터(Shelter for All Koreatown)’란 단체를 결성해 쉼터 설치 찬성 운동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LA시의회는 지난달 22일 오전 LA 시청에서 소위원회 미팅을 열고 당초 예정 지역인 한인타운 내 공영주차장에 노숙자 쉘터 건립하기로 한 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이틀 후 한인타운 윌셔가에는 한인타운내 셸터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대 2000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가 벌여졌다. 시위대들은 브 웨슨 시의장(10지구)에게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자’고 촉구하면서 ‘주민소환(recall)’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한인들은 5월 한 달 동안 6차례의 집회를 열면서 시의 결정에 항의했다.

 

한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LA시 당국은 한인타운이 아닌 다른 지역에 셸터 설치할 수 있는지 검토에 나섰지만 LA시는 번번히 셸터 설치 검토 지역으로 거론되던 지역 주민들의 강력 반대에 부딪혔다.

베니스 주민들은 이미 지난 달 중순 공청회의 부재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 지역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마이크 보닌 시의원과도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할리우드, 링컨 하이츠, 그리고 에코 파크 지역까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며 임시 노숙자 쉘터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처럼 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대안부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단체들간에는 분열의 조짐이 나타났다.

웨슨 시의장 측이 애초 셸터를 설치하려고 했던 버몬트 공영주차장 부지외 다른 곳도 셸터 설치 장소로 고려할 수 있다며, 그 장소는 남북으로는 8가에서 3가, 동서로는 버몬트에서 웨스턴 사이에 건립돼야 한다.’고 밝히자 이에 한인단체들 사이에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일부 단체는 웨슨 시의장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에 또 다른 단체들은 반드시 한인타운 안에 쉘터가 설치돼야 한다면 웨슨 시의장 측이 내건 조건에 부합하는 ‘차선책’을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같은 한인단체들의 갈등을 우려하며 한인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인타운 내 노숙자 셸터 건립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한인단체들의 갈등을 틈타 시의회가 노숙자 셸터 건립안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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