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여성들도 선천적 복수국적 피해…‘헌법소원, 법개정 촉구’
06/28/21  

지난 22일 버니지아주 아난데일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의 헌법소원 제기’ 관련 기자회견에서 엘리아나 민지 리(23·여) 씨의 어머니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미국에 산지 40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우리 애가 복수국적자라는 걸 알았습니다. 미국 공군에 들어가려면 한국 국적을 이탈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습니다.”

가족 누구도 몰랐던 한국 국적 때문에 딸의 앞 길을 막았다는 듯한 자책이 묻어났다.

리 씨는 1997년 미국에서 영주권자 아버지와 시민권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 출생신고는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했고,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지난해 대학 장학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공군(사병)에 지원했다.
그는 선발시험 합격을 눈앞에 두고 신원조회 과정에서 자신은 복수국적이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우연히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도 부모 중 한명이 한국 국적자일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리 씨는 추후라도 허위 답변이 적발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한 뒤 국적이탈을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13년전 이혼하고 연락이 끊긴 부친의 서명을 받을 수 없었다. 또 국적이탈 신고 처리기간이 18개월이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공군 입대를 포기했다.

 

리 씨와 가족들은 2010년 한국에서 국적법이 개정되면서 해외 태생 여성이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22세가 지나면 국적이 자동 상실되던 ‘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된 것을 몰랐다. 리 씨의 어머니는 “딸이 선천적 복수국적인 것을 확인하려 영사관에 문의했는데 직원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걸 어떻게 알겠냐?”고 말했다.


결국 리 씨는 ‘한국의 국적법 조항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미 공군 입대를 부당하게 좌절시켜 헌법상 보장된 국적이탈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현재 미국 거주 선천적 복수국적 이민 2세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해 한인 2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사진=타운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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