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레로 에너지 윌밍턴 정유소. 사진=shutterstock
하루 28만 배럴 부족, 수십억불 시장 놓고 3개 프로젝트 격돌
서부 지역 개솔린 시장을 둘러싸고 에너지 기업 간 ‘대형 파이프라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두 정유소가 문을 닫으며 지역 공급 부족과 개스값 급등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연료 파이프라인 건설이 거대한 기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부 지역은 오래전부터 생산시설 부족과 걸프만 정유시설과의 연결성 미비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개스값을 기록해왔다.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로키산맥을 넘어 캘리포니아로 연료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은 없는 상태며 걸프 연안에서 서부로 이어지는 라인도 극히 제한적이다.
정유소 폐쇄로 ‘하루 28만 배럴’ 공백
필립스66의 LA 정유소는 지난 9월부터 단계적 가동 중단에 들어갔고, 발레로 에너지의 정유소도 내년 4월 폐쇄를 계획하고 있다. 두 시설이 멈추면 하루 28만 배럴 규모의 공급 공백이 발생할 전망이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세 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HF 신클레어, 파이프라인 운영사 원오크의 자회사, 그리고 필립스66·킨더모건 공동 사업체 ‘웨스턴 게이트웨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하나의 프로젝트만 완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파이프라인이 여러 개 건설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고, 캘리포니아는 해상(수입) 연료가 대체 공급원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압박이 부른 예외적 기회
정유소 폐쇄로 인한 가격 폭등 우려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에게 강력한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화석연료 인프라에 극도로 부정적이던 캘리포니아에서조차 파이프라인 프로젝트가 승인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스트 데일리의 알렉 그러벨 애널리스트는 “정유소 폐쇄에 대한 주민 반발이 워낙 커, 이번만큼은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반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파이프라인 건설에는 통상 수송 물량 약정(캐파 약정)이 핵심인데, 제안된 용량의 최소 70%를 확보해야 한다. 이 점에서 정유사가 참여한 웨스턴 게이트웨이와 HF 신클레어는 유리하다는 평가다. 자체적으로 일정 물량을 약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기업도 구체적 약정 물량은 발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규 라인 건설보다 기존 라인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가 규제 승인에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웨스턴 게이트웨이와 HF 신클레어는 모두 기존 일부 구간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새 파이프라인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서부 연료 시장은 이미 해상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 있어, 파이프라인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라톤 페트롤리엄의 상업 총괄 릭 헤슬링은 “파이프라인 건설은 ‘아직 모르는’ 변수”라며 “해상 물량은 세계 어디서든 조달 가능하고, 가격 차익을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발레로 에너지 COO 개리 시먼스 역시 “장기 운송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낮다”며 해상 수입이 유연성과 이익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