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휘발유, 바하마 거쳐 수입 급증
02/23/26  

존스법 지키려 수천 마일 돌아, 전체 물량의 40%나 차지

캘리포니아주의 휘발유가 걸프만 연안에서 출발해 바하마를 거친 뒤 수천 마일을 돌아 최종적으로 서부 해안에 도착하는 우회 경로를 통해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 능력 축소와 높은 주유소 가격에 직면한 캘리포니아의 취약한 연료 공급 구조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지난해 11월 휘발유 수입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40% 이상이 바하마에서 들어왔다. 2025년 한 해 전체로 보면 바하마산 물량은 최근 9년간 합계보다 더 많았고, 해상으로 반입된 전체 휘발유의 약 12%를 차지했다.
이 같은 장거리 우회 수입은 이미 비싼 캘리포니아 휘발유 가격에 추가 비용을 더한다. 그러나 정유소 폐쇄, 주 간 파이프라인 부재, 그리고 106년 된 해운법 ‘존스법’의 규정이 결합되면서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를 시행하는 주 중 하나로, 정유업체의 운영 비용이 높다. 최근 정유소 폐쇄가 잇따르면서 공급 부담이 커졌다. 필립스 66은 지난해 10월 LA 정유소를 폐쇄했으며, 발레로 에너지는 올해 봄 북가주 정유소를 닫을 예정이다. 가스버디의 석유 분석 책임자 패트릭 드 한은 이러한 폐쇄로 소비자 가격이 갤런당 5~15센트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걸프만에서 서부로 직접 연결되는 연료 파이프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캘리포니아는 수입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존스법이다. 이 법은 미국 항구 간 화물을 미국에서 건조·소유·운영되는 선박으로만 운송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박은 전 세계에 약 55척뿐이며, 글로벌 유조선 7,000여 척과 비교해 매우 적고 임차 비용도 높다.
툴레인대학교 해양법센터 소장 마틴 데이비스는 “미국 국적 선박은 외국 선박보다 운임이 더 비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걸프만 정유업체들은 바하마를 경유해 외국 선박을 이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바하마를 거치면 ‘미국 항구 간 운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존스법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특수 규격 휘발유 가격이 급등할 때 이런 차익 거래는 더욱 매력적이다.
이 우회 무역은 2025년 초부터 가속화됐다. 올해 초 싱가포르 선적 ‘실버 문’은 12월 중순 프리포트에서 선적한 휘발유 블렌드스톡 약 30만 배럴을 파나마 운하를 거쳐 1월 초 LA 인근에 하역했다. 또 다른 선박 ‘톰 둘체’도 같은 경로로 샌프란시스코에 연료를 공급했다. 필립스 66은 바하마에 저장 탱크를 임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제재를 완화하면서 지역 운임이 상승했고, 외국 선박 운임과 미국 선박 운임의 격차도 줄어들었다. 과거 배럴당 4달러 이상 차이가 나던 운임 차는 현재 1달러 수준으로 축소됐다. 운임이 추가 상승하면 한국과 인도 등 아시아산 수입과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과 인도는 바하마보다 더 많은 물량을 캘리포니아에 공급했다. 드 한은 아시아 정유소들이 이미 캘리포니아 규격 연료를 생산하고 있어 더 실용적인 공급원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가 매트 스미스는 “동부 해안에서도 걸프만 연료를 바하마 경유로 운송하는 사례가 정착된 바 있다”며 “정유소 은퇴와 가동 중단이 이어지는 서부 해안에서도 이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의 연료 공급망은 정유소 감소와 규제, 물류 제약이 겹치며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바하마를 경유하는 우회 무역은 그 공백을 메우는 임시 해법이지만, 소비자 부담과 시장 왜곡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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