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
06/26/18  

이소호 양 2018 All Year FSC Open Championship’ 왕좌 올라

 

지난 1일-3일 온타리오에 있는 Ontario Center Ice Arena (201 South Plum Ave., Ontario, CA 91761)에서는2018 All Year FSC Open Championship’이 열렸다. 이 대회 피겨 프리스케이팅 부문 Juvenile level의 시상식에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고 가녀린 한 소녀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서 있었다. 바로 한인 이소호(9) 양이었다. 2015년 10월 한국에서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한 이 양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날 총점 49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이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이 양이 받은 점수는 올해 미국에서 열린 모든 스케이팅 대회를 총망라해 이 부문 캘리포니아 1위, 전미 7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더구나 이 레벨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주연령이 11살-12인 점을 감안하다면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양이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이 양의 어머니 여승민(40)씨에 따르면 이 양이 한국에 거주할 때 오빠와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처음 타는 아이답지 않게 너무 잘 타는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이 피겨스케이팅을 배워볼 것을 권유했다. 이 양의 부모는 처음에는 과연 이 양이 스케이팅에 재능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이 양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보고 이 양의 재능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이 양의 부모는 이 양에게 피겨스케이팅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이 양을 가르쳤던 코치가 이 양의 비범한 재능을 인정하자 그 재능을 키우고자 미국 이주를 결심하고 2016년 8월 북가주 오클랜드에 정착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2년여 동안 실력을 키우던 차에 이 양의 재능을 높이 산 지인으로부터 유명 피겨스케이팅 코치를 소개받았다. 그는 아사다마오(일본)와 미셸 콴(미국)이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길러낸 라파엘 아르투니안 코치였다. 아르투니안 코치는 지난 평창올림픽에 미국 선수 2명, 체코 선수 2명의 코치로 참가했으며, 평창올림픽에서 5위, 2018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중국계 미국인 네이선 첸(남, 18)을 현재 지도하고 있는 이 분야 세계 최고의 지도자이다. ‘점프천재’라는 별명을 가진 네이선 첸은 평창올림픽 당시 프리스케이팅에서 사상 처음으로 총 8개의 점프 가운데 6개를 쿼드러플로 구성, 모두 성공시키며 쇼트프로그램(17위)에서 범했던 크고 작은 실수를 만회했지만 아쉽게도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이 양의 부모는 이렇게 세계적인 선수를 키워 낸 아르투니안 코치가 과연 이 양을 지도해 줄지, 더구나 아르투니안 코치는 이 양처럼 어린 선수의 코치는 맡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이 양이 아르투니안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에게 이 양의 재능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아르투니안 코치는 이 양의 스케이팅을 보고 그의 제자로 받아주었다. 이 양의 악셀 점프 실력이 그 나이 또래의 선수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던 것이 아르투니안 코치의 마음을 울렸던 탓이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10살-11살이 되어서야 성공하는 더블 악셀을 이 양은 8살 때 이미 성공시켰을 만큼 이양의 악셀 점프 실력은 독보적이다.

 

이 양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평창올림픽 피겨퀸 알리나 자기토바(15, 러시아)이다. 자기토바는 평창에서 당시 세계1위였던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를 누르고 피겨퀸에 등극했다.

 

이 양은 요즘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훈련한다. 이 시간 동안 이 양은 4시간의 스케이팅 훈련과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의 지상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21일 훈련을 마치고 어머니와 함께 본사를 찾은 이 양은 “훈련 시간이 끝나갈 무렵에는 너무 힘들어 스케이팅이 싫어지기도 해요. 그래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기뻐요.”라고 환하게 말했다. 영락없이 9살의 소녀이다.

반면 “스케이팅하는 것 외에 베이킹을 좋아해요. 얼마전에는 아는 언니랑 머핀을 만들었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나중에 만들어 드릴게요.”라며 제법 어른스러운 말도 덧붙였다.

 

이 양에게는 최근 롤모델이 한 명 생겼다. 바로 한국의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인 임은수(15) 선수이다. 임 선수는 일찍부터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아르투니안 코치의 지도를 받으려고 두 달 전 미국을 찾아 이 양과 같이 훈련하고 있다. 이 양의 어머니 여승민 씨는 임 선수가 걸어온 길과 그를 뒷바라지하는 임 선수 부모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 이 양이 가야할 길과 부모가 해야 할 일을 예측한다고 한다.  

 

여승민 씨는 “많은 선수들이 세계적인 코치의 지도를 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몇 명만이 그런 행운을 누립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 소호는 엄청난 행운을 잡은 셈입니다. 더구나 소호처럼 어린 나이에 최고의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행운입니다.”라며 “어린 소호를 제자로 받아 최선을 다해 지도해주는 마르토바 아르투니안 코치를 보면서 저희도 부모로서 소호가 세계적인 선수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겠다고 다짐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연아 선수와 자기토바 선수처럼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 그리고 나중에 머핀도 꼭 만들어 드릴 게요.”

훈련을 마치면 너무 힘들어 스케이트 타는 것이 싫어질 때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던 이양은 훈련을 마치고 바로 본사를 찾았지만 환한 웃음과 함께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2018 All Year FSC Open Championship’ 피겨 프리스케이팅 Juvenile level에서 우승한 이소호 양이 시상대 제일 위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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