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넘은 재활용품, ‘예술’의 옷을 입다
04/30/18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류정순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사라져 가는 전통미를 찾아서’가 4월 29일부터 5월 4일까지 LA '작가의 집 파크뷰 갤러리'(2410 W. James M. Wood Blvd.,  LA, CA 90006)에서 열린다. 
업사이클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업사이클링아트’란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예술적인 가치를 입혀 새로운 작품이나 상품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류 작가는 2011년 한국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름다운재단’의 후원으로 2011년 뚝섬문화센터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중국에 거주하던 2013년엔 중국 상해의 한국문화센터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골동문짝과 창문, 모시와 삼베, 한지, 옥, 자개 등을 소재로 창작한 60여 작품을 선보인다.

 

류 작가는 한국의 ‘빈곤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재직(2000-2012)하던 시절 업사이클링아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예술품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사람들도 예술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순수예술작품들은 비싼 가격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이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그에 비해 업사이클링아트 작품은 가격이 저렴해 가난한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구매해 소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즐기고 또 구매한 예술품들은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라며 업사이클링 작가가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류 작가의 작품들은 한국이나 중국의 오래된 문짝에 모시와 삼베, 한지 등의 한국 전통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문양을 결합한 것들이 많다. 류 작가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살 때에도, 중국에서 거주할 때에도 두 나라의 문짝에 새겨진 조각과 형태가 매우 아름답고 기하학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 소재를 결합해 작품을 만들면 훌륭한 업사이클링아트가 탄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류 작가는 서울대학교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소비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한국의 전통 섬유를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문짝의 특성을 기하학적 무늬로 대변한다면 중국의 문짝은 뛰어난 목각공예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가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 문짝은 양쯔강 이남 지역에 있는 건축물에서 사용되던 것들입니다. 이 지역은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해 천정이 높고 문짝의 크기도 큽니다. 또 문짝틀에는 하나의 완성된 예술품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수준 높은 조각이 되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하학적이고 현대적이며,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인 문짝에 제가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섬유를 결합해 업사이클링아트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류 작가는 프로슈머(prosumer)인 셈이다. 프로슈머란 1980년 앨빈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을 뜻한다. 한국어로는 생비자(生費者)로 번역된다.

 

“재활용 매장이나 폐품 수집상 등에서 작품의 소재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에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킬 때까지의 과정은 저에게 매우 소중하고 값진 시간입니다. 특히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즐거워할 때 느끼는 보람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큽니다.”

 

류 작가는 작가와 관객 사이의 소통과 공감의 통로가 곧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공감의 통로가 없는 작품은 진정한 의미에서 예술품이라 할 수 없다.

그의 작품들은 동양의 전통,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에 맥이 닿아 있어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향수와 동질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한국을 떠나온 지 오래된 교포 1세대나 1.5세대들에게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예술은 먼 데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습니다. 주변에 있는 사물을 이용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입고 있는 옷의 문양이 마음에 들면 그것을 액틀에 담아도 예술품으로 손색이 없고, 발길에 차이던 도자기에도, 음료수병에도 새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업사이클링아트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체코의 조각가 베로니카 리히터바(Veronika Richterová)는 2004년부터 수 천 개의 페트병을 이용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페트병을 이용한 업사이클링 아트로 재활용과 환경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페트병 조형작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아트는 주변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전시회가 통해 자신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구입도 가능하다. 작품의 가격도 다양해 친구와 저녁 한끼 하는 값이면 집안에 예술 작품 하나 들여 놓을 수 있다.

'흔적'. 폐침대에서 필요한 부분을 취해 액틀로, 삼베로 캔버스를 만들었다. 거기에 호박 목걸이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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