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통시장 지형도 바꾼다
06/17/19  

한국 전통시장의 지형도를 외국인이 바꾸고 있다. 외국인은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상인으로 일하거나 매상을 올려주는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1980~1990년대 산업 구조가 바뀌며 위기를 겪었던 전통시장이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이 늘어나며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노량진 수산시장에 코트디부아르인들이 등장한 건 3년 전쯤이다. 지금은 이곳에서 일하는 흑인이 20명이 넘는다. 장정열 노량진 고급상인회장은 "코트디부아르 내전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한 난민이 시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이후 알음알음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전쟁을 피해 한국에 와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거나 취업 비자를 받고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체류자도 일부 있다고 한다.

 

상인들이 이들을 고용하는 것은 인력난 때문이다. 한국인과 일하다 3개월 전 코트디부아르인을 고용한 가게 주인 김 모 씨(65)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인건비는 비슷하지만 시장에서 일하겠다는 한국인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수산시장에서 일하던 중국인이나 동남아인마저 '힘들고 냄새 난다'며 시장을 떠났다. 코트디부아르인과 함께 일하는 한 상인은 "생선 나르는 일부터 판매하는 일까지 아프리카인들이 도와주고 있다."며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꾀도 부리지 않아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인 발길이 뜸해진 전통시장의 매출을 올려주는 것도 외국인이다. 300m 거리에 점포 100여 곳이 몰려 있는 관악구 신사시장이 대표적이다. 신사동 인구 2만3104명 중 중국인 거주자는 5324명이지만, 실제 거주자는 7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이 가깝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시장은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중국인 손님이 늘자 시장 품목도 바뀌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 잉어, 향어, 붕어 같은 민물고기가 매대 앞자리를 차지한다. 오리 머리, 오리 발도 쌓여 있다.


중구 남대문 시장 액세서리 상가는 히잡을 쓴 무슬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주로 히잡을 고정하는 브로치를 사려는 손님이다. 한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한국에는 예쁘고 귀여운 브로치가 아주 많다."며 "가격도 개당 1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올 때마다 수십 개씩 사 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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