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017.08.28 10:11

타운뉴스 조회 수: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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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직장 때문에 이십여 년의 미국 이민생활을 접고 다시 모국으로 귀국한다고 했을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만류했다. 만류의 이유들은 다양했는데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던 것은 한국 교육의 실태와 학교의 붕괴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 방과 학원 버스에 실려다니며 사교육을 받다가 해가 지면 집에 돌아온다는 소문은 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나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있었다. 저녁 7 반은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9시엔 고학년들이, 11 12시에는 중고등학생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비일비재한 현실이었다.

근원을 없는 카더라 통신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이 때문에 수업에 방해가 되거나 진도가 늦어지면 엄마들이 해당 아이 엄마에게 연락을 해서 집에서  지도해서 수업에 지장 없도록 하라고 압력을 행사한다고 했다같은  학부모 단체 채팅 그룹에서는 온갖 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소문들이 판을 치고 그룹에 속하지 못하면 엄마뿐 아니라 아이까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고도 했다.

워낙 괴상한 소문을 많이 들은 터라 걱정스러운 마음부터 들었다 아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짧은 한국어 실력으로 교사 말을 잘못 이해해서  밑보이지는 않을까? 달라진 문화 차이로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닐까? 급식이나 거리 음식을 잘못 먹고 무더위에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어쩌지? 등하교 길에 길을 잃으면 어쩌지? 왕따? 학원폭력? 월권? 치맛바람? 무너지는 교권? 뉴스와 소문을 통해 들려오는 웃어넘길 없는 키워드들이 끊임 없이 머릿속을 어지럽혀 왔다

개학 날이 다가오자 점점 걱정이 몰려 왔고 결국에는 개학 직전에 초등학교 자녀를 한국 친구 입곱 명에게 연락해서 학교 준비물과 시간표, 실내화, 학교 복장 이모저모를 물었고, 아이들과 손을 잡고 마트에 가서 실내화연필지우개필통 등을 같이 고르고 구매하였다. 학교 가기 준비 체크 리스크를 만들고 집에서 학교까지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을  번씩 아이들과 같이 걷고 걸었다. 주변에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지인이 없어 아쉬워 하던  마침 층간 소음을 항의하려고 연락한 아래층 이웃과 인사를 하게 되었고 마침 둘째 아이가 우리 아이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층간 소음 건을 사죄도 요즘 대세라는 백화점 빵을 사갖고 찾아가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전 조사 귀한 정보들을 입수할 있었다. 학원, 학습지, 간단한 준비물, 선생님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이어졌고 사전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론은 무조건 ‘4학년 1반만 아니면 된다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학교 등하교 동선, 학교조사, 입학 원서 제출, 등교 준비물, 아이들과의 사전답사 교육, 체크리스트 확인. 마치 과거를 치르러 떠나는 선비처럼,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학생처럼, 면접을 준비하는 졸업생처럼 꼼꼼하고 자세히 그리고 착실히 준비했다.

동이 트기 전에 눈이 떠졌고 계획대로 일사분란하게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였다. 떨리지만 당당하게, 낯설지만 여유있게 그렇게 우리는 교문에 들어섰다. 아이의 손에 실내화 주머니가 박자 맞춘 동시에 움직였고 우리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결의에 있었다. 배정을 받기 위해 교무실 문을 열었고 담당직원이 기다렸다는듯이 배정표를 내밀며 말했다.

“ 4학년 1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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