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4-Jinnie.jpg





파티, 젊음, 광란, 술, 축제, 세일, 영어유치원 행사, 선물……

한국인이 생각하는 핼러윈데이의 키워드는 미국인과 많이 다른 듯했다. 물론, 미국에도 비슷한

문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미국의 핼러윈은 트릭 오어 트릿, 캔디, 커스튬, 펌킨 조각하기,  나눔, 학교 행사, 가족 행사, 친구와 이웃 등이 주가 된다.

 

올해로 열 살인 큰 아이가 매년 사 놓은 커스튬만 10개. 첫 아이 때 멋모르고 고가에 구입한 커스튬도 줄줄이 동생들이 태어난 덕분에 제값을 했다. 남들은 한 번밖에 못 입을 할로윈커스튬을 한 아이가 2년씩 총 8년이나 입었으니 그 정도면 값을 톡톡히 해 준 셈이다.

 

매해 핼러윈데이면 닌자, 신데렐라, 강아지, 수박, 기사, 우주인, 치어리더, 발레리나 등등으로

아이들을 변신시키고 코스코에서 구매한 대용량 캔디들을 바구니에 담아 문 앞에 두고 4남매를 이끌고 출동한다. 형형색색의 불이 번쩍이고 연기가 나오고 으시시한 소리가 나는 집들을 찾아 아이들과 동네를 마구 돌아다닌다. 우리 동네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살았던가 놀랄 정도로 거리엔 강아지, 양, 스시, 햄버거, 트랜스 포머, 엘사, 닌자, 다크포스, 경찰, 각종 수퍼히어로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닌다. 그해 유행하는 영화 캐릭터가 인기이다보니 몇 해 전에는 길에서 십여 명의 엘사와 제다이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핼러윈은 평소 차를 타고 다니느라 마주칠 기회가 없는 이웃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하게 되는 캔디를 남녀노소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면죄부가 되어 주는 날이기도 하다. 

 

처음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을 때 우리 아이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했던 것은 한국에 크리스마스와 핼러윈데이가 있냐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는 비슷한 문화가 있다고 했더니 안심했지만 핼러윈데이는 특별한 행사가 없다는 말에 아이들은 크게 낙심했다. 이번 핼러윈은 집에서 소소히 캔디나 까 먹으며 지나가야겠구나 생각하던 중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친구는 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함께 한인 성당을 다녔던 교포 2세인데 지금은 남편 직장 때문에 잠시 한국에 나와 있다. 친구는 현재 동탄 신도시에 거주하는데 매년 동네 공원에서 외국인, 교포들이 모여 핼러윈 행사를 하는데 식구들과 함께 오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그리 가깝게 지내던 친구도 아니었는데 한국에서 연락이 오니 마치 고향친구한테 연락이 온 것처럼 반갑고 기뻤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못 입게 될 줄 알았던 아이들의 커스튬 들을 꺼내고 대용량 캔디백을 구매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핼러윈을 준비했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마저 아름다운 핼러윈과 썩 잘 어울리는 일요일 오후에 공원으로 가족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7-80명쯤 되는 인원들이 공원 잔디를 가득 채웠다. 대부분 직장이나 결혼 때문에 한국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가정, 또는 미국 교포 가정, 아니면 초대를 받은 한국인 가정 등이 모였다. 반가운 핼러윈 커스튬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고 주최 측이 정성껏 준비한 포토부스, 페이스페인팅, 구디백 만들기, 한국식 운동회, 멕시코식 피냐타 등을 함께 즐겼다. 한국에는 이같은 패키지가 미리 준비되어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 모든 것인 DIY로 자체 제작된 것들이었다. 아이들은 깡총깡총 뛰며 즐거워했고 엄마 아빠들도 종일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정말 오래간만에 미국식으로 격식없고 자유롭게 즐기는 축제같은 시간이었다.

 

핼러윈 문화가 점차 한국에서도 눈길을 끌게 되면서 서양 풍습을 따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 물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브라질 사람들이 단오에 창포물로 머리 감아야 한다고 하고 오스트리아에서 정월대보름날 부럼깨물기를 한다고 면 뭔가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긴 하겠다. 그러나 한국보다 미국에서 오래 살았고 이제는 미국 시민인 우리 가족에게는 그냥 넘어가기 못내 아쉬운 하루임은 틀림없다. 친구 덕분에 한국에서 만족스러운 핼러윈 데이를 보내고나니 땡스기빙은 어떻게 보내야 나 벌써부터 고민하게 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터키를 구해서 굽는단 말인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3 불법주차 file 타운뉴스 2018.01.16 11
72 버릇없는 아이 file 타운뉴스 2018.01.08 38
71 나잇값 file 타운뉴스 2018.01.02 158
70 크리스마스 file 타운뉴스 2017.12.26 40
69 인정? 어, 인정! file 최고관리자 2017.12.18 96
68 층간소음 file 타운뉴스 2017.12.11 135
67 방과후학교 file 타운뉴스 2017.12.04 111
66 받아쓰기 file 타운뉴스 2017.11.27 162
65 그리운 인앤아웃(In-N-Out) file 타운뉴스 2017.11.20 133
64 한국의 가을 file 타운뉴스 2017.11.13 152
» 어서 와, 한국 핼러윈은 처음이지? file 타운뉴스 2017.11.06 153
62 오지랖 file 타운뉴스 2017.10.30 152
61 태몽 file 최고관리자 2017.10.23 165
60 쓰레기 이야기 file 최고관리자 2017.10.16 290
59 늘 한가위만 같아라 file 최고관리자 2017.10.09 164
58 배달의 민족 file 최고관리자 2017.10.02 204
57 가을 소풍 file 타운뉴스 2017.09.25 242
56 목욕탕 file 타운뉴스 2017.09.18 273
55 할아버지 file 타운뉴스 2017.09.11 184
54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file 타운뉴스 2017.09.05 284
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