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2017.12.04 10:58

타운뉴스 조회 수: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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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나머지 공부라는 것이 있었다. 숙제를 오거나 정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업이 끝난 학교에 남아서 공부를 하고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60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모두 사라진 교실에서 엄마에게 늦게 귀가한다고 연락도 없는 형편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하는 불안함과 불편함은 천진한 아이들에게 꽤나 스트레스를 주었다. 게다가 나머지 공부라는 것은 명칭부터 대단히 불명예스러웠기에 아이의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개념보다는 벌을 준다는 개념이 컸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나머지 공부라는 것이 사라지고 대신 방과후학교라는 것이 운영되고 있다. 이미 넘게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확대 개방한 교육 체제이다. 수업 마친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 교육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마치 나머지 공부를 연상시키나, 획일화된 정규교과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공부와는 다르다.


수업 내용들은 학교마다 다른데 우리 아이들 학교에는 미술, 영어, 수학, 댄스, 노래, 축구, 탁구, 배드민턴, 마술, 요리, 컴퓨터 흥미로운 과목들이 많다. 1년에 4분기로 나누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신청할 있으며 신청자가 많을 경우에는 추첨을 통해 수강을 해야 정도로 인기가 있는 강좌도 있다. 일명 특기·적성교육이라고도 불리는 방과후학교는 강좌에 따라 일주일에 또는 번씩 수업이 있고 수업료는 한달에3-4 정도로 사설 교육기관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미국에 때는 어떤 과목이나 활동이든 아이가 1회에 시간 정도 수업을 받는데 보통 30-50불씩 지불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아주 저렴하게 특별 교육을 받을 있는, 한국만의 아주 좋은 교육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분기에 첫째는 탁구와 수학을 신청했는데 탁구는 신청자가 많아 추첨했다가 떨어졌고 둘째는 미술과 요리를 신청해 과목 모두 추첨했는데도 모두 운이 좋아 등록할 있었다.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한국 수학 용어가 서툴어 실력 발휘가 쉽지 않았던 아이에게 수학 방과후수업은 예습과 복습을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둘째 아이가 요리 수업에서 만든,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샌드위치나 쿠키들을 가져오면 어린 아이가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제법 그럴 듯해 보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은 태권도를 제외하고는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고 방과후수업만 신청했는데 수업의 내용과 질이 마음에 들어 다음 분기에도 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런 방과후학교에 대해서 이것도 엄연히 사교육이다, 결국 국영수 위주의 보충수업과 다르지않다, 교직원들의 업무 과중을 초래한다등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처럼 자녀가 많고 사교육 정보에 밝지 않은 학부모들에게 방과후학교만큼 안전한 선택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방과후 사설교육기관 기관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학교에서 이어서 수업을 받아 이동의 불편함이나 사고의 위험도 없는데다가 앞서 이야기한 데로 수강료도 저렴하고 교육 내용도 훌륭해 한국에 와서 만난 방과후학교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다음 분기에 아이는 수학, 탁구, 로봇 창의 공학을 등록했고 둘째 아이는 생각이 커지는 미술, 신나는 노래 교실, K-pop 방송 댄스를 등록했다. 겨울방학에도 수업을 들어야해서인지 이번엔 신청자가 초과한 과목이 없어 모두 무난히 등록을 마쳤고 다음주부터 새로운 방과후학교 수업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하는 3만원짜리 수업이 아니었다면 내가 굳이 아이들에게 탁구, 노래, 댄스 수업을 받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장 다음주부터 새로운 노래를 흥얼거리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아이를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입가로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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