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by 타운뉴스 posted Dec 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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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여름 대만 내셔널 잼버리에 참가했다. 보이스카우트 대원 30여명과 지도자 4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 나는 40대 초반의 한 지도자와 잼버리 기간 중 한 텐트에서 생활했고 여행 내내 한 방을 썼다. 심지어 비행기와 버스에서도 옆에 앉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여행 내내 약을 입에 달고 살았다. 특별한 지병이 있어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잠이 안온다고 수면제를 먹었고,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을 먹었다. 또 소화가 안 된다고 소화제를 먹었으며 팔다리가 아프고 쑤신다고 약을 먹었으니 하루에 적어도 서너 번 이상 약을 먹었다. 손가방에서 수시로 꺼내 먹었다. 가끔 속이 거북하다고 하면 내게도 소화제를 주면서 먹으라고 했다. 손사래 치는 내게‘먹으면 당장 속이 편해지는데 왜 먹지 않느냐’고 강요하다시피 했다. 나는 먹지 않았다. 참을 만하면 약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게 그의 행동은 몹시 낯설었다.




그에게 물었다. 약을 그렇게 많이 복용해도 괜찮은가. 그에게 들은 얘기는 끔찍했다. 그의 부인이 약사인데 집과 약국이 붙어 있다는 것이다. 언제라도 손만 뻗으면 약을 집을 수 있어 몸에 조금만 이상이 있으면 약을 먹는다고 했다. 약이라는 것이 병을 고치려고 만든 것이니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복용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며칠 전에도 나는 약을 먹지 않기로 결정했다.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에 건강 검진을 위해서 병원에 들렀다. 올 초에 히말라야로 떠나기 전에 찾았던 바로 그 병원이다. 의사는 나의 진료 기록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2008년에 혈압약을 처방해주었다며 약을 복용했는가 물었다. 약을 사지도 않았다고 하자 일단 혈압부터 재보자고 했다. 160/80이 나왔다. 약을 먹어야 할지 말지 나보고 결정하라고 했다. 처방을 해줬는데도 약을 복용하지 않는 내가 못마땅한 눈치였다.



정작 주치의는 혈압에 관해서가 아니라 다른 분야의 조언을 했다“. 사람의 마음은 젊을 때나 늙어서나 같을 수있다. 그러나 육체는 노쇠 한다. 젊은 시절이나 다름없는 그 마음만 믿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지만 육체의 나이는 속일수 없다”한 마디 덧붙였다“. 한 번 다녀왔으면 됐지 돈한 푼 생기지 않는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다시 그곳에 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연 나는 왜 또 히말라야에 가려고 하는 것일까?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 과정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집단이나 공공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선택의 공통점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중병이 들어 약을 꼭 복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생활하면서 소소하게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복용 여부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이든지 그건 오롯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약을 복용해 고통이 줄어들어 만족할 수도 있고, 약에 의존하지 않고 고통을 극복해 냄으로써 행복해 할 수도 있다. 선택에 의해 나타난 결과에 대한 반응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선택의 결과가 언제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로 인해 행복은커녕 실망과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때마다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한순간의 선택이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지 않던가.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시‘가지 않은 길’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전략>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라고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시의 화자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선택한 것이 먼훗날 한숨을 쉬며 이야기해야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그 한숨이 안도의 한숨일지 후회의 한숨일지 화자는 물론 독자도 알 수 없다.



선택은 인간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권리 가운데 하나이다.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은 선택자 개인이 독립성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때 더 큰 행복을 맞보게 된다. 같은 결과일지라도 자유의지가 아닌 타인의 권유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그 만족의 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다시 히말라야에 가기로 한 선택을 꺾지 않는 것은 바로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다녀온 히말라야에서 만끽한 행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곧 2018년을 맞이한다. 우리들 각자는 과연 내년 이맘때 어떤 의미의 한숨을 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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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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