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立春大吉)

by 타운뉴스 posted Feb 1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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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라디오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김정은의 여동생이 개막식에 참석했고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면서 아나운서가 감격스러운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다. 곧장 사무실로 올라가지 않고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았다. 제법 따뜻해진 느낌이지만 아직 바람은 차다. 노란 꽃봉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노란 꽃,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과도 같은 꽃,개나리, 아직 만개하려면 멀었지만 성급한 몇몇은 일찍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개나리는 잎이 생기기 전에 노란색 꽃을 피운다. 잎이 자리를 잡은 후에 꽃이 피는 다른 꽃들과는 다르다. 추운 겨울을 준비의 시간으로 삼고 버티다가 따뜻한 기온이 감지되면 꽃을 피
우는 것이다. 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개나리뿐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 저기 꽃들이 피어 있었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보랏빛 작은 꽃들, 빨갛게 물들은 꽃잎을 두텁게 모아 핀 꽃들, 연보라색 꽃잎을 꼭 다물고 봄을 기다리는 꽃. 그 외에도 각종 이름 모를 꽃들이 주차장을 빙 둘러 피어 있었다. 성질 급한 꽃들이리라. 사람들이 심어 놓은 꽃들, 스스로 피고 지는 꽃들이 제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봄이 오고 있었다.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마음으로는 보지 못하며 살고 있었다. 오늘 여유로운 시간이 생긴 것은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껴보라는 대자연의 깊은 뜻이리라.



가는 세월은 늘 아쉽다. 뒤돌아보느라 오는 세월을 즐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지난 일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겨울에 깊이 빠져 있었나 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 아닌가. 그런데도 겨울에 익숙해져 있던 몸과 마음이 어느새 다가온 봄을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움츠리고 사는 동안 화사한 봄이 바로 옆에 와 있었다.



‘행복’도 이 봄처럼 슬며시 왔다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마음의 여유가 없어 어느새 곁에 와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친다면 무슨 소용인가. 과거의 좋았던 날이나 힘들었던 기억에 집착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혹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과거나 미래만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을 무심히 지나치는 것이 아닐까?



지금 행복해야 한다. 오늘 봄을 느끼고 즐겨야 한다. 봄은 영원하지 않다. 잠깐 왔다가 사라진다. 물론 올 봄이 가고 나면 내년에 또 봄이 온다. 그러나 내년 봄은 올해의 봄과 같지 않다. 이번 봄은 우리 인생에 단 한 번 경험하는 유일한 시간이다.



지금 곁으로 다가 오고 있는 봄을 만끽하자. 봄의 기운을 흠뻑 들이키고 온 몸으로 느끼고 즐기며 지난겨울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자.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우리도 더불어 흘러간다. 거대한 대자연의 순환 속에 찾아오는 이 봄은 무심히 흘려보내지 말아야 할 빛나는 행복이다.



며칠 전 새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었다. 1년을 춘, 하, 추, 동 4계절로 나누고 이를 다시 태양 각도에 맞춰 15일 간격으로 등분해 24절기로 나눈다. 24절기중 입춘은 첫 번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사이에 해당한다. 입춘(立春)은 글자 그대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새해 첫 절기를 의미한다.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기에 조상들은 복을 비는 마음으로 대문 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입춘첩(立春帖)을 써붙였다.



마음속에 커다랗게 입춘첩을 하나 써서 붙여 놓는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建陽多慶) 입춘을 맞이하여 크게 좋은 일이 있고, 따뜻한 태양 볕이 쪼이듯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있기를 바란다.’



어제 개막식을 시작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선수들이 모두 다 자기기량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 아울러 남북한도 올림픽이 끝난 후에 그대로 끝나지 않고 정치적, 경제적 이해득실을 떠나 상호 교류가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 개나리가 피면서 봄이 슬며시 찾아오듯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남북한의 봄날이 계속되어 통일의 그날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일찍 핀 성급한 개나리라도 좋다. 그 개나리가 봄소식을 예고해주듯이 이 봄과 함께 한반도에도 화창한 봄날이 오리라 굳게 믿는다.




안창해.png


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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