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2017.06.26 09:55

타운뉴스 조회 수: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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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전까지만해도 매일 다음날 아이들이 입을 옷들을 미리 골라 침대 옆에 놔두는 것은 엄마인 나의 몫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여의치 않아 한두 아이들에게 알아서 옷을 골라 입게 봤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아이들에게 직접 아웃핏을 고르게 주었다. 가끔 날씨에 맞지 않는 옷을 꺼내 입거나 상하의 너무 요란하게 입는 경우만 제외하고는 옷을 고르는 아이들의 안목이 그럭저럭 쓸만했다.


그러다가 며칠 킨더에 다니는 셋째 아이가 아래 위로 스트라이프 패턴의 옷을 입고 내려왔다. 그렇게 입었냐고 갈아입으라고 했더니 일부러 매치해서 똑같은 패턴을 골라 입었다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생각을 하고 골라 입었다는 것이 더욱 반전이었다.  패션의 세계는 이렇게도 다양하고 난해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패션에 민감한 편이라 미국에서도 패션 감각이 남다른 한인들을 종종 만나 있지만 어쩌다가 한국을 방문할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가장 특이한 일명 아재패션, 등산복 패션이라고 불리는 아웃도어 패션인데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산이 아닌 곳에서도 등산복을 입고 다닌다. 유니폼처럼 보이는 천편일률적인 등산복 패션을 선호하다보니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도 속속 늘어나고 언젠가부터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남녀노소에게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특히 해외여행 중에도 즐겨 입는 스타일이라 현지인들이 한국인들은 전부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지 매우 의아해 한다는 기사를 적이 있다.


대중의 패션이 매번 그렇게 보편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보니 가장 불편한 것은 내가 요즘 유행을 따르고 싶지 않을 경우이다. 예를 들어 그해 여름 재질의 하얀색 원피스가 유행이라면 백화점엔 온통 비슷한 색상, 비슷한 디자인의 원피스가 걸려 있고 한두 지나면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옷을 입고 돌아다닌다. 내가 그런 스타일의 옷을 찾고 있다면 분명 편리할 같지만 반대의 경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찾지 못해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번은 악세서리 가게에서 귀걸이를 고를 때의 일이다. 특별히 찾고 있는 디자인이 있어서 점원에게 내가 찾는 귀걸이를 모양을 설명하자 점원이 "어머 언니, 그건 전에 유행한 건데요...... 요즘엔 팔아요."하는 것이었다. 그냥 찾는 디자인은 없다고 말했으면 좋았을 것을 전에 유행한 거라 뭐가 어쨌단 말인지 이해할 없었다. 물론 유행 상품을 찾는 고객들에게 맞춰 주려는 점원의 배려였을 지도 모르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미국에도 해마다 계절마다 패션이 달라지고 유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숏팬츠가 유행하면 숏팬츠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스키니진이 유행하면 색색별로 스키니진이 판매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인들은(미국이 워낙 크니 남가주에 사는 미국인이라고 두자) 모든 사람들이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같지는 않다. 남들이 어떻든 간에 자기가 좋은 것을 찾고 누구도 그것을 간섭하지 않는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입는 패션 스타일이며 20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대학교수가 빠진 청바지에 목이 늘어진 라운드넥 티셔츠를 입고 강의한다면 스타일은 별로라고 생각할 망정 그의 자질을 의심하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없다.


복고풍이 유행하지 않아도 언제나 70년대 스타일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블랙이 유행하지 않더라도 블랙만 좋아해서 블랙 옷만 즐겨 입는 사람도 있다. 의류 매장도 스타일이 매우 다양하다. 비치 스타일 브랜드, 통통한 사람들만을 위한 브랜드, 히피 브랜드, 펑키한 브랜드, 헤비메탈 브랜드 등등 각종 브랜드들이 트렌드를 반영하더라도 자기들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기에 소비자는 꽤나 간단하고 편리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구입해서 입을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스타일이 다양하고 나와 다른 스타일을 이해는 못하더라도 인정은 하는 눈치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인들의 패션 세계가 근사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꽤나 합리적이구나 하고 느끼곤 한다.


어느 시대 어디에서든 패션은 존재했고 중요했다.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고, 문화이고 생활이기 때문에 절대 나와는 상관없지하며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유행을 무조건 따라가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버라이어티하고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연령, 체형, 피부톤, 헤어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절대로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똑같이 모두 소화해낼 수는 없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것을 표현하고 소화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패션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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