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2017.07.05 09:09

타운뉴스 조회 수: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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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이사를 했지만 이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미혼이었을 때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부모님을 따라 다니기만 했고 결혼한 후로는 남편과 함께 이사 준비를 했다. 크고 작은 대부분의 선택은 둘이 함께 고민하고 상의해서 결정했고 힘쓰는 일은 주로 남편이 떠안았는데 이번에는 남편의 부재로 모든 것이 고스란히 나의 일이 되었다.


이사가 결정되고 전부터 도와주겠다고 호의를 보이던 친구들도 막상 이사 직전이 되자 이런 저런 이유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믿고 있던 친정엄마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평소에 주시던 도움마저 받을 없게 되어 일상은 평소보다 바쁘고 힘들어졌다. 아이 넷을 데리고 틈틈히 일하면서 이삿짐을 싼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미리 시작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이사 직전 밤을 새가며 겨우 겨우 이삿짐 싸기를 마칠 있었다.  그래도 기적처럼 나타나 고마운 손길들이 이번 이사에 신의 수가 되어주었다.


이사 준비는 확실히 엄청한 체력을 소모하는 중노동이였고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들과 작별을 선언해야 하는 엄청난 시련의 시간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하나를 고르라 하면 아마도 정든 추억과의 작별이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수십 고이고이 보관했던 추억이 깃든 물건들, 편지들, 선물들이 쓰레기봉지로 내던져질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


지금은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집에 계실 할아버지는 하나 쉽게 버리지 않으셔서 수많은 물건들을 갖고 계셨다. 옷장, 수납장, , 바닥 어느 곳도 비어 있는 곳이 없이 빼곡히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막상 요양원에 가실 때는 의아할 정도로 짐이 단촐했다.  할아버지가 계신 방에는 할아버지가 그토록 사랑하신 가족사진 한창 걸려있지 않았고 분신처럼 아끼시던 해병대 모자와 훈장들도 찾아볼 없었다.


버리는 시기가 언제일지 손으로 버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일을 하게 될지의 문제일 결국 버려진다. 그러고 보면 일생의 시작과 끝은 굉장히 다르면서 미묘하게 비슷하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난다는 점에서. 이삿짐 싸는 내내 쉽게 버리지 못해서 망설이는 나를 보며 친구가 말했다. “지금 네가 버리는 것들 나중에 생각도 . 막상 버리고 나면 버렸는지 조차 기억이 ”  


친구의 말이 맞다. 그래서 두려웠던것 같다. 기억나지 않을까 ,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까봐. 보이지 않는다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닐 텐데 뭐가 그리 불안해서 마치 미신처럼 종교처럼 추억에 집착했던 걸까...…


이사를 준비하는 내내 함께 기도해 주고 응원해 주고 물심양면 함께 친구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며...… 이제는 친구들과의 작별도 준비해야 해서 마음이 무겁다.


작별에 익숙한 사람이 있을까. 작별 앞에서 의연한 척은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삿짐이 빠진 텅빈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집에 이사 와서 하나씩 하나씩 장만하고 아이를 넷이나 낳고 꿈을 키우며 살았으니 나에게는 참으로 고맙고 특별한 집이다. 곳에서의 모든 것들이 이젠 일상이 아닌 추억이 되겠구나 싶어 여전히 마음이 힘들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펼쳐질 다음 챕터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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