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2017.09.18 10:07

타운뉴스 조회 수: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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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 이즈 아썸. 데이 네이키드.”

(대박대박 완전 대박. 모두 발가 벗고 있어.)

 

얼굴이 한껏 상기되어 뛰어 들어온 첫째와 셋째는 쉬지않고 재잘거린다.

 

해브 유어 온키. 앤드 락커

(개인별로 키도 주고 옷장도 )

 

마치 하늘에서  UFO라도 본듯이. 마치 보던 만화속 주인공을 실제로 만난 눈이 빛난다.

 

디스 이즈 마이 베스트 데이 에버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였어)

 

하는 말이지만 오늘도 여지없이 아이들은 최고의 날을 갱신한다.

놀이공원, 워터파크보다도 재미있었다는 그곳.

돌아오는 길에 내일 가자고 조른 그곳은 바로 목욕탕이었다.

 

지금은 미국에도 한국식 목욕탕이며 찜질방이 많아져서 편히 이용할 있지만 나는 한국을 방문할 때면 한 번씩은 목욕탕을 찾곤 한다. 한국식 목욕탕은 외국인들에게도 이색적인 체험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몇 해 전 인기 쇼호스트 코난 오브라이언의 목욕탕 체험이 방송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식 목욕은 은근 중독되는 마력을 갖고 있어서 외국인들도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 나올 없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목욕탕은 나에게도 뭔가 즐거운 추억과 향수로 남아 있다. 주로 집에서 목욕을 했지만 이따금씩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가면 뭔가 두근두근 설레임이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다지 크지도 않은 동네 목욕탕이 그때는 꽤나 넓게 느껴졌다. 쭈볏쭈볏 벗은 몸으로 엄마를 따라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겨울 호빵처럼 뜨거운 열기가 푹푹 터져 나오고 뭔가 익숙하면서도 정겨운 목욕탕 전경이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정말 부지런히 온 힘을 다해 몸을 씻고 있다. 저들은 저렇게 열심히 씻는 것일까...의아할 정도로 정말 사활을 걸고 때를 밀고 있다.  열탕 안에서 보슬보슬 올라오는 뜨거운 김 속에 벌게진 얼굴들이 둥둥 떠있고 파랗고 하얀 타일들 사이로 수영금지라는 표어가 무안할 정도로 아이들은 열심히 냉탕에서 발차기를 해댄다. 때밀이 아줌마의 힘찬 때수건 소리, 바가지 쏴악’ 뿌려지는 소리, 때밀기 싫어서 몸부림 치는 아이 등짝 맞는 소리도 언제나 정겹기만 하다.

 

탕에서 또래 친구라도 만나는 날이면 아이는 어느덧 나의 절친이 되어 있었다. 그저 알몸일 뿐 달라진 게 없는데도 뭔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둘만의 비밀을 공유한 듯 끈끈한 친밀감이 남달라졌다.

 

그리고 목욕 후 삼키는 한 모금의 바나나 우유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달콤하고 시원하다. 어린 시절 목욕 마시는 바나나 우유는 어질어질 뜨거운 목욕을 참아낸 포상같은 것이었고 어른이 후에는 목욕부터 바나나 우유까지 고단하고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해 주는 힐링 패키지 같은 것이다. 

 

세월이 제법 많이 흘렀지만 목욕탕 전경과 문화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덕분에 어릴 적 나의 목욕탕 추억을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물려줄 있게 된 같아서 괜히 흐뭇하다. 가족이 함께 목욕하는 문화는 아이들 정서에도 꽤나 유익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기회가 될 때마다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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