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찐자
07/20/20  

확진자가 될까 두려워 모든 것을 멈추고 방콕하다가 어느새 확찐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처음 "확찐자"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을 때엔 대체 이런 시국에 뭐 저런 걸로 말장난을 하나 좀 불편했는데 모든 게 멈춘 지 반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엔 그냥 그런가 보다 싶다. 아마 이제는 생활 속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 개학 연기, 이동과 모임 자제 등이 놀랍지도 않을 만큼 코로나19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불행히도 나도 어느새 확찐자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것만 같다. 슬프게도 농담이 아니다. 바지 위로 살이 튀어나오고 손에 잡히는 피하지방들이 어째 어제보다 두툼해진 것 같고 내일이면 더 커질 것만 같다. 작년 여름에 큰 마음먹고 장만해서 입고 다녔던 하의들이 모조리 너무 꽉 껴서 입고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곤욕이다. 살이 찌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몸이 무겁다. 예쁜 구석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미운 살들을 여기저기 꼬집고 눌러본다. 이 정도면 차라리 지방흡입술을 하는 편이 빠를 것 같다. 언젠가 빠지기는 하는 걸까? 아니 나는 평생 살이란 걸 빼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평생 마른 몸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항상 일정한 체격에서 크게 벗어나 본 적도 없었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뀔 만큼의 큰 변동은 없었다는 의미임). 네 번의 임신과 출산 때도 몸무게가 크게 늘지 않는 산모였고 덕분에 출산 이후에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가는데 크게 애를 먹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틱한 다이어트에 성공해본 적도 없다.

 

친구들이 포도며 토마토, 달걀과 고구마 같은 원푸드 다이어트로 며칠 만에 몇 kg씩 감량할 때도 나는 그저 그 친구들의 확고한 의지와 독한 실천에 감탄했을 뿐이다.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 때도 그렇게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었음에도 빵빵한 볼 살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심지어 결혼을 앞두고도 나는 몸무게를 단 1kg도 감량하지 못했다. 웨딩드레스를 렌트했던 샵에서 첫 가봉을 할 때 보통 신부들은 대부분 식을 앞두고 살이 빠지니 결혼 직전에 다시 가봉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나는 놀랍게도 식 직전까지 첫 가봉 당시의 사이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도 사실 몸무게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왜 나의 몸무게는 작년과 별 차이가 없는데 작년에 잘만 입고 다녔던 옷들이 모조리 작아진 것일까? 어느 날 갑자기 옷이 다 줄어든 건 아니겠지? 어디 몸에 이상이라도? 곰곰이 분석해보지만 답이 안 나온다. 운동 부족, 야식, 외식, 과식…... 이게 뭐 어제 오늘 일인가? 그런데도 허리춤 위로 삐져나오는 살이 두툼해진 것은 역시 나이 탓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기초대사량이 줄면서 전과 비슷하게 먹고 비슷하게 움직여도 지방은 늘어나고 근육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단 1kg 살 빼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주말 며칠 거하게 먹고 나면 말도 안되게 순식간에 2-3kg씩 살이 쪄버리고 있다.

 

그래서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다이어트? 운동? 간헐적 단식? 사실 모르겠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행복한 낙이 어디 또 있는지도 모르겠고,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에 어디서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날이 더워져 운동은커녕 집 안에서 조금만 왔다 갔다 해도 땀이 줄줄 흘러 만사 귀찮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국 옷 사이즈를 업해야 하는 시점인 것인가? 나도 정말 모르겠다. 기약 없는 코로나19 종식처럼 내 살 들의 운명을 나도 도통 모르겠다. 그저 확진자만큼이나 확찐자도 반드시 피해 가고만 싶다.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작년에 입던 옷들도 문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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