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사는 지혜
08/24/20  

지난 6월 말 타운뉴스 사옥 이전 후 시청에 몇 가지 볼 일이 있었다. 비즈니스 퍼밋을 받아야 했고 건물에 간판을 달아야 했다. 평소 같으면 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퍼밋을 주고, 사인도 시 규정에 적합한가를 확인한 후 허가해주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시청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시청 입구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시청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절차를 밟으라고 했다.

 

시청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서류 양식을 다운 받아 기입한 후에 소방안전국에 가서 서류에 사인을 받은 후 제출했다.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고 시청 정문 앞에 준비해둔 통에 넣는 것이다. 한 달 이상 지난 뒤에 비즈니스 퍼밋을 받았고, 간판을 달아도 좋다는 연락이 왔다.

 

시공무원들이 정상 근무를 하지 않다보니 평소보다 시간이 어느 정도 더 걸리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즈니스 퍼밋을 받는데 한 달 이상 소요되고 간판 설치 허가를 받는데 한 달이나 걸려야 하는 지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와중에 회사 주차장 담벼락과 회사 밴에 낙서가 발견되었다. 담벼락의 낙서는 갱들의 지역 표시로 간주되는 문자와 숫자가 적혀 있었고, 밴에는 F로 시작되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일단 자동차의 낙서는 신나로 지웠고, 담벼락 낙서는 페인트로 덧칠을 해서 원래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CCTV에서 그 부분을 녹화하고 범행 장면은 사진으로 만들어서 가까운 라미라다 시 경찰서로 향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듣고 있던 경찰관은 산타페스프링스 시의 관할서는 위티어 경찰서라면서 주소를 알려주었다.

 

위티어 경찰서는 한참 더 가야 했다. 경찰서 출입문은 닫혀 있었고, 안내판에는 용무가 있는 사람은 전화를 먼저 하라고 적혀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담당자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담당자는 주소를 달라고 하면서 그 장소로 사람이 갈 거라고 했다. 나는 지금 경찰서 앞에 와 있으니 담당자를 만나고 가겠다고 했다. 그럼 기다리라고 했다.

 

경찰서에 온지 30분, 통화를 한 후로는 20분이 지났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고? 더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또 15분이 지났다. 날은 뜨겁고 온몸이 땀에 젖었다. 점심도 못 먹고 땡볕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게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다음날 경찰서에 다시 전화했다. 그러자 곧 경찰관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관이 찾아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진과 녹화한 CD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경찰관이 물었다. 범인들이 감옥에 가기를 원하느냐고. 아니라고 했다. 이까짓 낙서로 아이들이 감옥에 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범인을 잡는 대로 신원을 알려주겠노라고 하면서, 자신이 이 지역에 23년 근무를 했으며 이 아래 지역에 두 명의 경찰관이 순찰을 하고 있는데 이 건물을 자주 돌아보라고 하겠다고 했다.

 

잠시나마 경찰이 잘못되었다며 분개했던 내가 잘못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사건을 전화로 접수하고 기다리면 경찰이 찾아올 텐데 경찰서까지 갔으니까 담당자를 만나고 오겠다고 생각한 그 자체가 잘못이었다. 전화를 받고 불과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경찰관이 나타나지 않았던가.

 

시청에서 비즈니스 퍼밋을 주고 간판을 허가하는데 한 달 이상 소요되는데도 까닭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급하게 서두르고 안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 없이 늦게 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영어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천천히 서둘러라’(Make haste slowly).

서두르다 화를 당하는 경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서둘러 일을 마치려다 엉터리로 해서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경우도 있고, 조급한 마음에 과속을 하다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19’라는 비상사태가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 탓에 코로나19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고통의 시간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꿰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둘러 질러가기보다 돌아가는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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