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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12/21/20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치장한 집들이 12월의 밤을 보석처럼 수놓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러운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리스마스는 제 날짜에 맞추어 찾아왔다. 처마와 지붕, 트리를 휘감아 놓은 전구들과 성탄의 의미가 담긴 장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코로나는 코로나이고, 하루 종일 쌓인 피로가 사라져 버린다.

 

막내아들이 집을 떠난 뒤로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지 않았다. 아니 가까이 살던 큰딸이 서울로 이사 간 뒤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왜냐하면 아들이 대학에 간 뒤에도 계속 트리 장식을 했으니까

 

지난 3월부터 재택 근무한다고 집으로 돌아와 아직도 머물고 있는 아들이 어느 날 물었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지 않을 거냐고. 그냥 지나려 한다고 하자 아들이 내년부터는 자기가 꾸미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 볼까 하고 나무 구입을 위해 트리 파는 곳을 방문했다. 이맘때 이곳을 찾으면 입구에서부터 소나무 향이 코끝을 진하게 자극했다. 크리스마스는 바로 이 냄새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내 코가 잘못된 것인지 오늘은 솔향이 그리 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무들 사이를 이리 저리 다니며 올해 우리집을 빛내 줄 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나무들이 하나같이 모양새가 어딘지 예전 것만 못해 보였다. 우선 향과 색이 엷고 잎이 적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무도 바르지 않고 약간 비틀어져 있는 듯했다. 뒤따르는 직원에게 무심코 말했다. 올해는 나무들이 좀 시원찮아 보입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직원이 답했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무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말인가. 사람들이 코로나 때문에 나무 가꾸기에 소홀함이 있었다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다. 예년보다 늦게 트리 구입에 나선 탓에 좋은 모양의 트리들은 이미 팔려 나갔고, 부실한 것들만 남아 있었던 까닭이라 생각하면서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 핑계를 대고 있다. 정치가들이나 행정공무원들을 비롯해 의료인들과 상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조금 불리한 일이 발생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변명으로 혹은, 그냥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상투적으로 코로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코로나가 극성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계의 코로나 확진자가 18일 현재 75,251,905명, 사망자가 1,667,394명에 달하고 미국인 사망자가 30만 명대에 접어들었으며, 하루 사망자도 3,000명을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LA카운티에서만 16일 하루 동안 21,411명의 확진자와 1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둘 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입원환자 수도 4,656명으로 코로나 발병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여러 가지 수치나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피해국은 단연 미국이다.

 

그러나 2021년의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로부터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점을 예측했는데 미국이 내년 4월로 가장 빨랐다. 즉 코로나 최대 피해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가장 빠른 탈출국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NBC에 의하면 미국 내에서 내년 1월말까지 5,000만 명이 백신을 접종하게 되고, 2월말 1억 명, 4월에 이르면 2억 명이 접종을 마친다. 즉 미국 인구 3억3,000만 명의 60%가 코로나 항체를 보유하게 되면서 집단면역이 이뤄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정부는 2021년 4월에는 시민들이 정상적으로 일상을 누릴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 의료 종사자들과 양로병원 환자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백신 접종이 곧 일반인들에게도 이뤄지리라 믿는다. 백신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해서 얻은 성과이며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영국과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 국가들과 카나다,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이 연이어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으나 오히려 신중한 선택을 통해 더 좋고 부작용이 적은 백신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한국 정부의 노력에 응원을 보낸다.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크리스마스트리를 구입하지 못했다. 그동안 트리 장식을 위해 사용했던 형형색색의 작은 전구들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의 난간에 둘러놓고 밝히는 것으로 2020년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대신하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성탄의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안창해. 타운뉴스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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