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스탬프(SNAP)
08/01/22  

한 달에 한 번 정도 타운뉴스 사무실을 방문해 격려해주시는 87세의 독자 한 분이 있다. 어르신은 부인과 사별하고 노인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오랜만에 뵈니 그동안 밀린 얘기가 많았다.

어르신은 두 달 전에 타주 사는 아들을 방문하고 돌아왔다면서 아들이 용돈을 늘려 드릴 필요가 있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하자 지금 푸드스탬프(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지원을 받고 있는가 물었고, 받지 못하고 있다 하자 왜 수혜 대상이 되는데 받지 않냐하여 신청했더니 한 달에 $300씩 식료품비를 지원 받게 되었다며 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미국 빈곤층 가정에 식료품 구입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푸드스탬프(SNAP) 수혜자는 인구의 8분의 1, 약 4,200만 명이다. 신청 자격은 시민권·영주권자로서 미국에 5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어야 하며 가구소득이 연방정부 빈곤선의 130% 미만이어야 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팬데믹 기간 동안 푸드스탬프 수혜를 위한 근로 조건을 일정 기간 해지했고, 모든 가구에 15% 인상된 금액을 지급하다가 지난해 임시 조치를 해제하면서 10월부터 25%를 인상해서 지급하고 있다. 이는 푸드스탬프 역사상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그런데 수혜 여건을 갖추고도 몰라서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식료품까지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신청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간혹 수혜 혜택을 받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수혜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억지로 꿰맞추어 받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주변에 보면 비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푸드스탬프 혜택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이는 불법행위이다. 심지어 이런 불법행위가 발각되어 그동안 받은 것을 페널티까지 더해서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2019년 9월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미국 하위 빈민층 20%가 유럽 국가의 평균 중산층보다 오히려 더 잘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빈민층은 보조금 지급, 푸드스탬프 등 비 현금 복지 혜택이 풍부하기 때문에 유럽의 중산층보다 더 잘산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유 시장 싱크 탱크인 경제교육재단(FEE)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 주택 및 푸드스탬프와 같은 소득, 비 현금 복지 혜택 등을 고려하면 미국인 하위계층 20%가 유럽 평균보다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한다. 여기에는 유럽 회원국을 포함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포함된다.

FEE는 하지만 소비가 높다고 해서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유럽 회원국이나 OECD 국가의 일반 국민들보다 더 잘 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주민들이 선택한 지역 정치인,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폭력 범죄, 소비 지출 결정과 같이 개인적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FEE의 설명이다.

독일 노르다카데미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며 스위스 중소기업연합 수석 경제학자인 헨리크 슈너이더 박사는 FEE의 연구결과에 대해 ‘이 연구는 매우 건전하며 학업 표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신빙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빈곤 대책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이 연구 분야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 분석국은 2010년에 이미 데이터를 정확히 제공하는 연구를 발표했다. 경제 분석국은 같은 해 세계은행 데이터와 결합하여 연구한 결과 미국 가구의 가장 가난한 20%가 OECD와 유럽 대부분의 국가의 중산층보다 평균 소비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저스트팩트(justfactsdaily.com)가 결과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전체의 세계은행 소비 수치를 미국 경제 분석국의 수치와 비교한 결과, 오차는 2% 내외였다. 또 2010 년 미국의 빈곤층 중 20%가 전 세계개발도상국의 모든 사람들의 평균보다 3~30배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활수준의 이러한 엄청난 격차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매우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어르신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있는데 이들이 주는 용돈을 모았다가 손주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하거나 대학을 졸업할 때 목돈을 주고 있다며, 이제 손주들이 혼인할 나이가 되어 큰 선물을 하고 싶어 용돈 인상을 요구했는데 아들 덕분에 푸드스탬프 혜택까지 받게 되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