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파이
05/01/23  

▲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만찬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4월 26일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하여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으로 돈 매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이 노래는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윤 대통령이 애창곡으로 꼽아온 노래다.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자 윤 대통령은 "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 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아주 오래전을 난 기억해. 그 음악이 얼마나 나를 웃게 해 주었는지)"이라며 '아메리칸 파이'의 앞 소절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참석한 내빈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어깨동무하며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메리칸 파이'는 1971년 노래가 발표된 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T.S.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총 8분42초나 되는 꽤 긴 노래이다.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찬 가사로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이 곡의 후렴구 '바이 바이 미스 아메리칸 파이(bye bye miss American pie)'는 과거와의 결별을 강조한 가사로 해석되기도 한다. 매클린은 당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노래는 교훈적인 노래"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 곡의 가사 중 '더 데이 더 뮤직 다이드'(The day the music died), '그 음악이 죽은 바로 그 날'이라는 뜻의 노랫말은 1959년 미국 아이오와 주 클리어 레이크에서 공연을 마치고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다 추락사한 버디 홀리, 리치 발렌스, 빅 바퍼 등 미국 음악을 대표하는 선배 뮤지션들을 추모한 내용이라고 전해진다. 그들의 사망 후 미국의 음악계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노래했다는 설도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만찬이 끝난 후 윤 대통령에게 돈 맥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은 미 연방 상·하원 의원들인 모인 자리에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원 의원들은 함성을 지르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약 44분 동안의 연설 중 ‘자유’라는 단어를 46회 언급했다. 미국 32회, 대한민국 27회보다 더 많았다. 이날 미국 의원들은 기립박수 26번을 포함해 모두 60여 번의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공식 채택했다.

한미는 구체적으로 확장억제 관련 정례 협의체인 '핵 협의그룹'(NCG) 신설을 제안했다. NCG 신설 배경에 대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 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는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 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훈련을 강화하기로 했다.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국은 해당 선언을 통해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대한 한국의 신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다"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수단에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40여 년 만에 전략핵잠수함(SSBN)의 첫 한국 기항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빈도를 늘리는 한편, 양국 군 간의 공조의 확대·심화에도 합의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론은 일축했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을 재확인했음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뜨거운 호응을 얻어내고, 의사당에서 연설을 통해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는 등 훈훈한 모습을 보였듯이 대한민국의 국익에도 커다란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번 방미단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산업 분야를 이끌어가는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보아 경제 분야나 산업부분에서 합의 내지는 협약과 계약 등을 통해 ‘아메리칸 파이’를 함께 나누는 동맹국으로 굳건히 나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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