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05/08/23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 국민의힘 대표가 48.56%의 득표율을 얻으면서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0.73% 포인트, 24만7천77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선거였다.

이렇게 어느 한쪽으로 표가 집중되지 않은 것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이 서로 힘을 합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하라는 메시지. 그러나 정치권은 민생을 위한 협력이나 협치는 고사하고 여러 가지 범법 행위로 피의자가 된 야당 대표를 구속하라고 아우성치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무리들이 등장했다. 정치 상실의 시대, 대립과 투쟁의 시대가 되었다.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

시카고 대학교 정치학 교수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의 가장 보편적인 정의를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authoritative allocation of values for the society)’이라고 했다. 여기서 ‘사회적 가치’란 공익과 사익, 경제적 이익, 자유, 생존권 등 다양한 형태의 이익, 혹은 권리를 의미한다.

​ 데이비드 이스턴의 정치 개념에 입각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치들을 살펴본다면 부(富), 사랑, 재능, 기술, 청렴, 지적 욕구, 정치권력, 사회적 존경, 공적인 삶, 쾌적한 삶 등을 들 수 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이러한 가치들은 정치를 통해 권위적인 과정을 거쳐 사회에 공정하게 배분된다.

따라서 여당, 야당 따질 필요 없이 정치권에서 중점을 두어야 할 과제는 국민들이 위의 가치들을 향유하면서 살 수 있도록 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들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국회에서의 의석수 확보나 지방 단체장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고, 더 나아가 자기 당 출신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민생을 위한 정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선심 정치, 포퓰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나랏빚이 1분당 1억2700만원씩 불어날 만큼 급속하게 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여야는 여전히 선심성 퍼주기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정부 5년간 국가 부채를 450조원이나 늘려 놓았던 민주당은 야당이 되어서도 국회를 장악한 채 포퓰리즘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1조여 원을 퍼부어 남는 쌀을 사들이는 법을 일방 처리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법,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리는 법, 청년에게 월 10만~20만원의 수당을 주는 법, 대학생 학자금을 무이자 대출해주는 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당도 포퓰리즘 경쟁에 뒤지지 않고 있다. 초기 코로나 보상금, 노인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현금을 뿌리는 데 앞장섰고, 대학생 ‘1000원 아침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공공 투자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의 면제 대상을 크게 늘리는 법 개정안도 추진했다. 세수가 20조원 이상 구멍 났는데도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야당과 제대로 논의도 하지 않고 정부로 떠넘겼다. 정치를 잘못해서 나라를 망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확실한 것이 포퓰리즘이다.

지금 유럽 국가들은 포퓰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왜냐하면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치는 해독임을 경험을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다. 2019년 이탈리아 좌파 포퓰리즘 집권당 정부는 가구당 월 550유로(약 81만원)를 기본 소득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3년 4월 지급액을 월 350유로(약 51만원) 하고, 지급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직업 훈련 참여를 조건으로 의무화해 사실상 실업 급여로 바꾼 셈이다. 매년 10조원 이상 재정 적자를 유발하고, 청년층의 취업 기피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현 정부가 칼을 빼든 것이다.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 2012년 국가부도 사태까지 겪었던 그리스도 무상 의료제도와 소득 대체율이 90%에 달하는 연금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프랑스는 연금 수령이 가능한 법정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과거 복지 확대에 나섰던 유럽 각국이 재정 부실이 심각해지자 포퓰리즘 정책을 축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퓰리즘은 갈택이어(竭澤而漁)에 해당한다. 연못의 물을 퍼내고 물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이다.

일시적인 방책과 백세의 이익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즉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길인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당장 눈앞에 표심을 얻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고 우리가 아는 대로 바르게 믿고 실천해 나가는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로 진출하기를 기원한다. 정치는 국민들이 근심 걱정 없이 잘 살도록 보살피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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