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전거에 오르다
05/08/23  

다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2020년 가을에 자전거 페달 밟기에 한 차례 성공했었고 기쁨에 들떠 자전거 성공기를 소재로 칼럼을 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영광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다시 페달을 밟을 수 없었으니깐. 그 당시 칼럼에서 페달은 밟아봤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고 방향을 바꾸는 것과 멈추는 법까지 마스터해서 다음 칼럼에서 이야기해 보겠다고 했는데 3년 가까이 된 지금에서야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그때 다치는 것이 두렵다고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도 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둥 가족 다 함께 줄줄이 자전거 라이딩에 성공할 날을 꿈꾼다는 둥 떠들어놓고는 말이다. 

사실 그때 30분 만에 자전거 타기에 성공해서 몇 바퀴를 간신히 돌고 있었는데 장애물 피하기를 하다가 자전거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우당탕 넘어지고 말았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자그마치 3년이나 걸리고 말았다. 일단 인근 공원에서 하는 자전거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원래 남몰래 혼자 배워서 식구들과 친구들을 놀라게 해주고 싶었는데 교육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 주 1회씩 4번을 가는 수업인 줄 알고 신청했는데 교육 전날 자세히 안내문을 읽어보니 매일 2시간씩 주 5회 4주 총 40시간 과정이었던 것이다. 남편은 자전거는 그냥 한두 시간만 연습하면 탈 수 있는데 뭐 그렇게까지 교육받을 게 있냐며 코웃음을 쳤지만 나는 조용히 5월의 모든 오전 스케줄을 취소했다. 그리고 5월 한 달은 만사 제쳐두고 자전거에만 집중하겠다고 마음먹었다. 

5월 첫날 수업에 가보니 생각보다 배울 것들이 많았다. 이론만 한 시간을 배우는데 간단한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파트 명칭, 수신호, 알맞은 복장 등등 꼭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정의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보행자로 생각한다고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과 조작 능력을 익히고 필요한 테스트에 합격하며 만발의 준비를 하는데 비해 자전거 이용자들은 대부분 아무런 준비 없이 도로로 나오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론을 마치고 실습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남편이 수업 첫날 실습 하러 나온 우리들을 보고 특공대 출동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모두 헬멧에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등 완전 무장한 모습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실습 시간에는 체조, 자전거 끌기, 정지된 자전거 위에 오르고 내리기 그리고 페달 젓기, 이동하며 중심 잡기, 두 발로 땅을 차면서 중심 잡기 등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두 발로 땅을 차며 얼마 안 가 중심을 잡고 페달 밟기까지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나는 첫날 페달 밟기에 성공하지 못했다. 나보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잘하시는 것을 보면서 살짝 침울해지기도 했다. 역시 나의 운동 신경으로는 안 되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올해로 30년째(1993년부터 시작된 단체로 우리가 471기) 자전거 교육을 해오신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절대로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원래 첫 주에는 사람마다 실력차가 크게 나는 편이라 바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며칠이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4주 프로그램을 다 마치고 나면 결국 똑같이 자전거를 잘 타게 된다고 말이다. 나는 내 운동신경은 못 믿지만 30년 경력의 자전거 교육자의 말은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둘째 날을 맞았다. 

둘째 날은 약간 내리막에서 내려오며 페달을 밟아 보는 것이었는데 두 번째 시도만에 페달을 구를 수 있었다. 핸들을 컨트롤하는 데는 한참이 더 걸렸지만 일단 자전거 주행이 가능해졌다. 우리는 471기로 총 27명의 수강생이 있는데 그중 대여섯 명은 페달을 밟기까지 나보다 하루 이틀이 더 걸렸다. 27명은 전원 여성이고 평균연령은 어림잡아 50-60살 정도로 내가 그중 꽤 젊은 편에 속한다.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눠보니 대부분 남편에게 자전거를 몇 번 배워보다가 크게 낙심하고는 포기한 채 인생의 숙원처럼 가슴에 품고 살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 큰 마음먹고 오신 분들이었다. 

다들 이번주 내내 고된 자전거 실습 때문에 집에 가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밤 10시만 되면 기절한 듯 잠이 들고 다음날 일어나면 온몸 구석구석이 아프다는데 동의했다. 다섯 살 아이도 타는 것이 자전거라 페달만 구르기 시작하면 끝이라고 생각했건만 자전거가 이렇게 힘든 운동이었다니...... 아직 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으니 온몸에 어찌나 힘이 들어가는지 어깨, 팔, 손가락, 허리, 등, 골반, 샅, 오금과 발바닥 등등 정말 안 아픈 부위를 찾는 것이 빠를 정도로 온몸이 아프다. 최연소 그룹에 속하는 내가 이 정도니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은 몸살이 난 분들도 여럿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음날 끙끙거리며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열심히 배워서 기필코 졸업 여행까지 같이 가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졸업 여행은 강천섬에서 출발하여 한강 3보(강천보, 여주보, 이포보)와 남한강 자전거 길을 타고 이포보까지 가는 35km 코스를 다녀온다고 한다. 아직은 두 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다녀봤자 공원 몇 바퀴 도는 것이 고작이지만 두고 봐라! 내가 꼭 자전거 타고 팔당도 가고 두물머리로 핫도그도 먹으러 가고 할 테니깐. 중년 아줌마의 자전거 타기 버킷 리스트를 꼭 성공하고 올 가을쯤에는 자전거 여행 후기도 나누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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