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평화전망대에서
05/15/23  

한국에 도착했으나 손녀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딸집으로 가지 못하고 마중 나온 친구의 강화집에 짐을 풀게 되었다. 덕분에 강화를 샅샅이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첫날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았다.

강화평화전망대는 강화도 지도를 놓고 보았을 때 가장 북쪽, 양사면 철산리 민통선 안의 해안에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북한을 바라다 볼 수 있는 전망대는 강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원, 칠곡, 파주, 고성 등 여러 곳에 있으나 강화 전망대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땅을 바라다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성통일전망대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는데 강화전망대처럼 북한과 사이에 바다가 있는 것이 아니고 동해 바다가 오른편에 펼쳐져 있다는 차이가 있다.

1층 북한 전시관에는 북한말과 우리말을 비교해 놓은 것을 비롯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교육제도 등에 관해서 상세히 설명한 자료, 북한의 화폐등이 전시돼 있다. 우리와 비교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일상을 미루어 추측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 전시관을 나와 맞은편으로 걸어가면 통일염원소가 나온다. 방문객들이 통일을 바라는 글을 직접 써서 걸도록 되어 있었다. 필자도 간단하게 한마디 적어 구석에 걸고 나왔다.

2층에는 전쟁의 참상과 흔적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전시실에는 대한민국 역사 속에 나타나는 강화도의 국방 기록과 북한의 각종 도발 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남·북한의 군사력을 비교해 놓았고,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통일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전쟁 당시의 국내외 상황과 전쟁 발발과정 및 그 후 겪고 있는 어려움과 피해상황 등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3층에는 북한 땅을 한눈으로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와 흐린 날에도 영상을 통해 북한 전경 등을 볼 수 있도록 스크린 시설이 되어 있다. 특히 전망대는 북측과의 거리가 약 2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해 타 전망대에서는 보기 힘든 북한의 독특한 문화 생태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느끼면서 비교할 수 있다. 예성강, 임진강,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을 비롯해 개성 공단,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중립지역인 나들섬 예정지, 북한주민들의 실생활모습, 북한의 대남 선전용 위장마을, 송악산 등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방문했던 10일 그 시간에는 희미하게 안개가 끼어 있어 건물이나 산 등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었지만 북한 주민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필자가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했던 지난 10일, 인천시는 '2023 DMZ 평화테마 공연 페스타' 공모사업에 1위로 선정돼 국비 7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처음 추진한 이 사업은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의 생태문화자원과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연결해 평화관광 목적지를 자원화하고 명소로 육성하자는 차원으로 기획됐다. 

인천시는 상금으로 받은 국비 7억 원에 시비 2억 원을 더해 총 9억 원을 들여 오는 8∼9월 ‘DMZ 평화i랜드 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DMZ 접경지역 걷기, 방문인증 이벤트, 지역관광 홍보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5월 27일, 강화 교동도에 개장하는 ‘화개정원’에서 다채로운 공연·전시·체험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평화관광에 대한 인식을 높일 방침이라고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 하반기에는 ‘DMZ 평화의길 테마노선 강화코스’를 개통하고 강화도의 주요 평화 관광지를 중심으로 버스킹 공연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강화도 일대를 대표적인 평화관광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이와 같은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전망대에 올라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은 불편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전망대’로 대변될 수 있는 한국의 대북 정책이 과연 현실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한번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적이 없고, 여전히 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실제 국제 정치 무대에서는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니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화만을 외치다 북한의 계략에  놀아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평화와 대화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럴 의사가 전혀 없는 상대방을 향해 평화, 대화를 고집하는데 있다. 또 평화와 대화는 우리가 충분한 힘을 갖추었을 때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의 관철을 위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대북관, 통일관이 반영된 '평화전망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안창해. 타운뉴스 발행인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