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리아
06/19/23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죄다 한국에 나와있어서 미국 한인타운이 한적해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오랜만에 고국을 찾아 제주 여행 중에 우연히 동네 주민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올여름은 유난히 고국 나들이에 나선 한인들이 많은 모양이다. SNS를 보니 나의 지인들도 꽤 많이 이미 고국을 방문 중이거나 곧 방문 예정인 것 같다. 덕분에 나의 여름도 조금 더 설렐 것 같다. 어딘지 모르게 관광지에 사는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에 살다 보니 미국 지인들이 지난 6년간 여러 번 다녀가기도 했고 딱 한번 오기도 했고 아직 안 온 사람도 언젠가는 꼭 올 것만 같다. 

아이들 방학과 동시에 일찌감치 고국에 들어온 몇 친구들은 이미 만남이 성사되었다. 그 친구들을 만나느라 최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와 광장시장을 다녀왔는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또한 크게 늘어난 것 같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 광장시장, 명동, 동대문 쇼핑몰에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아 오히려 외국처럼 느껴졌던 것에 비하면 그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확실히 몇 달 전보다는 많이 회복된 느낌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방한 관광객은 약 171만 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44.6% 수준까지 회복되었다고 한다. 

지난 화요일에는 미국에서 온 친구와 싱가포르에서 온 친구를 한꺼번에 만나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일명 "고터"에서 쇼핑을 즐겼다.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천 원짜리 양말, 만 원짜리 옷과 신발들을 보며 친구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두어 시간 만에 양손 가득 무겁게 쇼핑백이 주렁주렁. 꽤 많은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대에 품질도 나쁘지 않으니 매우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한국에 나온 첫 해에 고터에서 천 원짜리 양말과 덧신을 깔별로 구매해서 쟁여두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뒤지면 어디선가 새것이 하나씩 튀어나온다. 

목요일에는 10년 만에 가족과 함께 고국을 방문 중인 친구를 만나 내가 서울 관광 코스로 밀고 있는 광장시장을 찾았다. 미쉐린 가이드 선정 60년 전통 육회와 줄 서서 사 먹는 찹쌀 꽈배기를 사 먹고 커피를 마시며 한참 동안 밀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자주 만나지 못해도 좋은 인연은 언제나 좋다.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 만나준 것만도 고마운데 친구가 챙겨준 선물은 너무나 내 취향이어서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더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금쪽같이 귀한 휴가를 잘 쪼개서 즐겨야 하는 그쪽 사정을 너무 잘 안다. 오랜만에 고국 방문이니 만나야 할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는가? 하루에 몇 탕씩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고 차를 마셔도 부족하지. 나 역시 이제는 싱글도 아니고 여기저기 메인 몸이라 일상을 제쳐두고 어디든 달려 나갈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왔지만 연락 안 하고 조용히 돌아가는 친구도 있고, 인사만 하고 얼굴을 못 보는 친구도 있고, 바쁜 스케줄에도 꼭 시간을 내어 만나는 친구도 있고 그렇다. 반가운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혹 여의치 않더라도 모두 이해하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괜찮다.  

다만 고국 방문을 계획하면서 친구들이 나를 한 번쯤은 떠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미국에 사는 내내 한인이 많은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해서 사실상 삼시 세끼를 한식으로 먹는 것도 가능했고 한인마트에 가면 없는 식재료가 없고 한국 음식점도 천지였지만 그래도 그리운 한국 음식이 줄줄인 것처럼...... 그 중에 하나처럼 나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 해외에서는 언제나 고국의 배달 짜장면, 포장마차 떡볶이, 백화점 지하 식당가 음식, 군고구마와 붕어빵같이 소탈한 추억의 음식들이 그립듯이 나도 계란빵, 꼬마김밥, 길거리 토스트정도로 생각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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