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죽음을 애도하며
07/24/23  

어느 주일 아침, 남편은 친구들과 등산을 가고 딸은 친구와 자전거를 타러 나가고, 아들 둘은 각자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여 나만 집에 혼자가 되었다. 주말에 온 식구가 모두 각기 다른 스케줄로 외출을 하고 나 혼자 집에 남은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어서 한나절 참으로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러나 이렇게 나 홀로 집이 즐거워진지 얼마 되지 않는다. 한동안 혼자는 힘들었다. 얼마 전 막내의 말처럼 "혼자는 외롭고 외로우면 춥다." 가슴이 시리다 못해 실제로 몸이 추워진다. 그래서 몸이 잔뜩 움츠려 들고 그럼 곧이어 이곳저곳 쑤시고 아파온다. 그러니 마음의 병이 곧 육신의 병이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큰 아들이 3년 전 열세 살에 나이에 하늘로 떠난 후 외향적인 E 성향에, 사교적이고 활발한 혈액형 O형, 사람 좋아하는 게자리 등 타고난 나의 그 모든 것들을 갖다 붙여도 그 고독한 슬픔을 이겨낼 수 없었다. 

아들이 없는 집에 혼자 남겨지면 앞으로 아들이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현실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새어 나와 한참을 어린아이처럼 엉엉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퉁퉁 부어버린 눈두덩이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며 '우울함은 건강한 애도가 아니야. 일상이 무너져서는 안 돼. 나는 정신을 차려야만 해.'하고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슬픔은 항상 무서운 기세로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어둠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밤이 찾아오면 더 두려웠다. 밤의 깊은 고요는 마치 시간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것처럼 마법을 부리며 나를 괴롭혔다. 내 몸과 마음은 불안과 슬픔에 뒤틀려 나는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 눈을 감아도 요동치는 가슴은 쉽사리 잠들지 않았고 무수한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제멋대로 나뒹굴며 내 가슴을 헤집어놨다. 사랑과 그리움, 후회와 죄책감, 아들이 사라진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에 허우적대며 아침이 오기 전까지 잠들지 못하는 밤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져 육신보다 심적으로 훨씬 더 괴로웠다. 

그렇게 아들이 떠난 지 삼 년이 되어간다. 이제 좀 괜찮냐고 물으면 아무렇지 않게 "아무렴요" 하고 대답할 순 없지만 적어도 이젠 집에 홀로 남는 게 괜찮아졌다. (아들이 떠난 해에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와서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가 아님) 아들을 향한 아득한 그리움이 때로는 울적한 이별의 구름을 뚫고 비가 되어 내리고, 때로는 추억의 꽃들이 아련한 향기를 뿌리며 찾아오고 때로는 불안과 절망이 불규칙한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그 안에 갇혀있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슬픔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들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후 나는 누군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몇 배는 더 마음이 괴로웠다. 자식 잃은 부모의 세상에는 고요한 슬픔이 무성하게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죽음이 슬프지만 특히 어린 죽음, 젊은 죽음 앞에서는 마음이 더 크게 무너져 내린다. 그 부모들의 심정에 이입되어 참을 수 없는 원통함에 몸이 떨려온다. 그렇게 떠나서는 안되기에 너무 애통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고작 자식 잃은 부모와 함께 우는 것이 전부다. 자식의 죽음이라니 3년 전 내가 겪었던 일임에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만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다. 

계속해서 안타까운 죽음의 소식이 들려온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었던 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14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다. 홍수와 산사태로 떠내려간 실종자를 수색하면서 구명조끼도 지급하지 않은 해병대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노가 차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또 20대의 서울시 관내 교사가 학교 교실에서 자살을 했고 그 이유가 학부모의 갑질과 과한 민원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학교와 교육청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이 젊은 선생님을 지켜줄 순 없었을까? 

생명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더 이상 미래가 밝은 소중한 젊은이들이 너무나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는 일만은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중한 한 생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핫이슈나 가십거리로만 머물지 않길, 힘없이 소소한 파장만 일으킨 채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늘로 떠난 나의 귀한 아들, 이서준 Brendan의 세 번째 하늘 생일, 아름다운 젊은 영혼들과 참척의 고통 속에 몸부림칠 그의 부모님들을 함께 기억하며 우리 모두의 평안을 온 마음 다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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